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통화
잊히지 않는
마지막 그 목소리를
이제는 그만 잊고 싶다
더 이상 다정하지도 않고
어떤 의미도 담기지 않는
버럭 고함지르는 여전히
불같은 성품이
귓전으로 오롯이 쏟아져 들어오는
그 아픈 말의 칼날들을
이제는 그만 잊고 싶다
듣고 싶지 않은 말들이
집요하게 폐부에 닿는 순간
온몸이 마른 낙엽이 되어
부서져 내리던 순간을
이제는 그민 잊는다
살아가면서 예기치 않게 사람들과의 관계는 변한다 그게 본의든 아니든 주변 환경이 바뀌면서 대화의 내용과 방식도 변한다 그게 본인의 의사이든 아니든 무관하게 사람들은 실리를 따진다 다만 그렇지 않은 상황을 기대하지만 쉽지 않다
때로는 그런 상황을 풀지 못하고 사람들은 떠나보내기가 십상이다 그래서 혼자서 그런 내용들을 곱씹으면 한이 되고 병에 걸려 죽게 된다 그렇게 살다가고 싶지 않다 대부분의 잘못을 두 부모 지르듯이 똑 갈라 나눠지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사람들도 대여섯 다리만 건너면 다 알게 되는 그러게 멀리 있지 않은 사람들이고 그래서 함부로 살아서는 안된다
그런데 자기의 잘못이 없다 손 치더라도 함께 사는 사람들이 잘못한 죄를 함께 받기도 한다 그런데 그게 꼭 억울한 것만 아니라는 거다 처음에는 정말 억울하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함께 사는 사람과의 관계가 딱 자를 수 있는 것이 나닌 다음에는 공동운명체일 경우 공동체의 잘못이 곧 나의 잘못이기도 하다는 것을 살면서 알게 된다
운전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운전을 잘한다 하더라도 상대 작정하고 와서 박으면 방어운전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그것도 다치거나 과실이 되기도 한다 사람살이가 쉽지 않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 아무리 잘 살아내고 싶어 해도 공동운명체 속에서 살아가는 동안은 개인의 잘잘못은 주변사람의 영향을 끼치게 마련이다
불교의 잡보장경에서는 돈이 없어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보시가 있다 불교도는 아니지만 일상을 살아가면서 늘 교훈으로 되새겨야 할 일리 있는 말이다 부드러운 눈빛眼施 자비로운 얼굴和顔悅色施 공손한 말씨言辭施 친절한 사람身施 착하고 어진마음心施 자리 양보床座施 재워주기房舍施가 그것이다 전화나 대화에서 할 수 있는 보시는 언사시言辭施에 해당된다 몸으로 짓는 업보다 입으로 짓는 없이 적지 않으니 말이 주는 상처가 얼마나 세상을 떠돌아다니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특히 대화나 통화에서 조심을 해야 한다 아무렇게나 내뱉는 말에 상대는 처절하게 피를 흘리고 있는데도 전화기 너머로 계속 그 칼날을 휘두르는 것은 얼마나 잔인한지 역지사지의 입장이 한 번쯤은 되어보는 것도 사는 이치를 알아가는 게 아닐까 나이불문 성별불문하고 이를 느낀다면 정말 고마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