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비밀



비밀은 꽃만 안다

아무리 알고 싶어도

꽃이 피면 자연 알게 된다


바람이 머무는 곳도

꽃보다 더 고운 사람도

고단한 여행길도

빛나는 삶도 소중한 기다림도

한없이 가벼운 몸도

새까만 밤의 전설도


꽃이 피기 전에는

아무도 기르쳐 주지 않아서

그 누구도 모른다



세상에는 비밀이 많은 것 같지만 삿리은 그다지 비밀에 관심도 없고 또 비밀은 없다 다만 알지 못하는 진실이 있을 뿐이다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는 말과 너만 알고 있으라는 말을 덧붙이면 이 말은 마치 쏜 화살처럼 빠르게 퍼져나가 소문이 된다

내게 말하는 것은 벽에게 말하는 것과 같다는 사람에게 말을 하고나면 그 벽은 구망이 둟린 벽이거나 설렁설렁 얼기설기 짚으로 엮어놓은 벽이라 무시로 바람이 드나드는 곳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무슨 꽃이 피었는지 무얼 어디에 숨겼는지 무얼 잘 먹는지 못먹는지 그런 것은 암만 가르쳐줘도 귓등으로 듣는다 모를수록 비밀이 많을수록 궁금하지만 알고 싶지 않다 숨겨진 것들은 언젠가는 들통이 나기 마련이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 있을 수 있지만 입에서 나가는 순간 비밀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현관문의 번호를 비밀로 하는 것처럼 마음에 들어오고 나가는 데도 비밀번호가 있다 다만 자신이 스스로 까발리지 않는다면 그 문은 영원히 타인에게 열리는 것을 허용되지 않지만 스스로 그 비밀의 열괴를 공개함으로서 비밀은 사라진다

때로는 타인의 비밀을 아는 것은 무겁다 별스럽지도 않은 좋지 않은 비밀을 듣고 그냥 지나치기에는 홀로 감당하기에도 무거운 비밀들이 더러 있다 그렇다고 쉽게 잊히지 않는 비밀들을 생각하면서 고통 분담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말인데 비밀은 그냥 혼자만 알고 자기 맘 속에 덮어둬야 영원히 비밀이 되지 않을까 누구에게 말하는 순간 자신은 속 시원헤도 그 비밀을 듣는 사람은 비밀에 아름답지 않을 경우, 그냥 마음의 자기만의 비밀 금고 속에 깊이 묻어두고 살아가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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