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하늘
하늘을 향해 피는 꽃은
그곳에 살고 싶어서일까
속속 그곳에 닿아
훤히 다 보이는 푸른빛
그 마음 다 읽고 싶어서일까
하늘을 자주 바라본다 바다와 하늘이 맞닿아 있는 수평선을 창 앞에 두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속이 벙 뚫리는 느낌이지 이제야 알게 된다 이곳에서 살면서 하늘보다는 바다를 더 자주 더 오래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이곳에 오기 전에는 하늘을 그만큼 자주 많이 오래 바라봤다 뭔가 풀리지 않고 답답하면 하늘이 뻥 뚫린 곳에 가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도 그렇게 고요할 수가 없다
한때는 바다를 자주 찾곤 했었는데, 요즘은 바다보다는 구름이 간혹 고요히 흐르는 하늘이 좋다 그러다가 채운이라도 보게 되면 정말 기분이 좋아지고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도 들곤 한다 하늘은 색이 그다지 정해져 있지 않다 바다 위에서 하늘은 바다의 색에 따라서 하늘의 색도 변한다 서로를 닮아가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해와 달 무수한 별들을 품고도 더 품을 수 있는 여력을 가진 거대한 바다나 하늘의 품이 늘 부러웠다
매일 매 순간 다른 얼굴을 하고 나타나는 능력도 맑기도 흐리기도 하면서 여전히 적당한 거리를 두고 보이는 것은 다 받아들이는 하늘과 바다는 서로를 바라보는 마음과 다르지 않기 대문이 아닐까 늘 흐리지 않고 늘 맑지만 않듯이 세상살이도 그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힘이 들다 그래서 돗자리를 깔거나 의자에 누워서 온전히 하늘을 보면 그만한 평화를 어디서 찾겠는가 많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땅에 눕는다는 것은 빛나는 하늘을 바라보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하늘을 보는 것은 그저 하늘뿐이 아니다 자신을 그곳에다 다 드러내 보이는 것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온전히 잘 알고 싶으면 자신을 온전히 다 드러내야 가능하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사람들은 온전히 다 드러내지도 않고 상대를 다 알려고 하고 다 ㄷ러내도 상대를 다 알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고 다 보여줘도 믿지 않고 오히려 무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하늘에게만큼은 안심하고 다 보여도 되지 않을까 라는 마음이 종종 들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