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사람
사람 멀리 있어도 늘
한걸음에 달려가 만나고 싶은 사람
반평생이 지나도록
여전히 꼭 한번은 만나고 싶은 사람
바쁘고 지친 삶 속에서
여백처럼 남아 늘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
닿을 듯 가까이 있어도
만리 타향 먼 곳이 되기도 하고 멀리 있어도
가슴에 대못을
서슴없이 박기도 있고
바람의 옷을 입고 왔다가 옷만
벗어던지고는
단숨에 사라지는 야속한 사람도 있다 여린
가슴속에 어느새 들어와서는 갑자기
등을 돌리며 떠나가는 사람도 언제
만나도 따뜻하고 의연한 사람도
첫눈이 내린다는 들뜬 목소리도 텅 빈
허공이 되는 날이 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사람을 가장 많이 대하면서 사람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오산이다 수시로 변하면서 또 대로는 절대로 변하지 않는 것이 사람이다 갈대처럼 휩쓸고 다니지만 때로는 그 속에 대쪽 같은 면도 있고 밤하늘 별처럼 반짝이는 사람도 어두컴컴한 동굴을 지닌 사람도 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느냐를 결정하겠지만 간혹은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운명처럼 만나는 사람도 있다 함께 있으면 숨을 쉬듯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름 나무 그늘처럼 시원한 사람도 있고 한겨울 댓바람처럼 차가운 사람도 있다 그 모든 것을 한 몸에 지닌 변화무쌍한 종잡을 수 없는 문제아 같은 사람도 있다
참 많은 것을 지닌 연구 대상인 사람들이 많지만 연구하고 싶지 않은 것이 또한 사람이다 매일 만나 위안이 되거나 상처가 되거나 편안함이 되거나 외로움이 되거나 향기가 되거나 하지만 또한 가장 멀게 느껴지는 것이 사람이 다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은 무수히 많은 특성을 지녔고 한 사람조차도 사람 앞 앞에 시간마다 수시로 변한다 변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변하는 것과 절대로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을 동시에 가지는 것이 또한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틈이 있어야 한다 그 틈 사이로 흐르는 숨길이 있어야 한다 틈이 없는 사이는 오히려 스치면 상처가 남고 마음의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지나치게 큰 소리가 난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도 멀게 느껴질 때가 있다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서도 인간다운 면을 볼 때도 있다 저 사람은 뭐라고 딱 잘라서 말할 수 없다는 것도 각각의 다른 얼굴들을 각각의 다른 사람에게 내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가능하면 사람에게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각각의 다른 마음을 품고 있어서 똑같이 말을 해도 각각 다르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하면 좋은 말은 하기보다는 자신에게 유리한 말이나 자기감정에 치우친 말을 더 많이 한다 말이 말을 만들고 또 말이 전혀 다른 말로 각색되어 전달되곤 한다 그래서 허공을 보고 말을 하거나 산을 보고 하거나 바다를 보고 하거나 개나 고양이를 보고 말하는 게 더 낫다 가장 좋은 것은 말하지 않거나 자연인으로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좋은 마음으로 아름다운 말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아름다운 말을 하며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