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겨울산
눈 덮힌 산 하나
가까이 내려 온다
통 다가가지 않으니
나무가지에도 바위에도
흙바닥에도 분칠을 하고
성큼 다가와서는 만나자고
손을 내민다
커다란 가슴을 힘껏 열어젖히고
숙연하게 말없이 텅빈 속으로
종일 그렇게 나를 기다린다
2월 엊그제 밤새 폭설이 내렸다 동해안 특히 정동진은 눈이 한번 내리면 감당 안될 만큼 내린다 자고 일어나서 창밖을 보니 앞뒤아 모드 하얗다 집도 산도 들판도 바다도 모드가 하얗게 눈으로 덮히고 계속 눈이 내려 보이지 않는다눈이 내리면 산도 숲도 가까이 온 듯 느껴진다
먼선은 아예 눈안개에 가려져서 벌 가가이 있는 산만 둥그랗게 남아 있다 딴 세상 같다 여전히 이렇게 많은 눈은 적응이 안된다
눈산은 참 다른 얼굴이다 평소 바라보이는 산은 나무와 바위 흘들이 적당히 섞여 있는 모습인다 눈이 내리면 전혀 다른 느낌이다 나무 위에 쌓인 눈들로 숲의 제법 큰 소나무가지가 부러지기도 하고 눈이 멈춘 틈에 새들이 날아다니기도 한다
불쑥 숲으로 찾아들고 싶지만 마음뿐
바다도 보이지 않는 설산에 당장 발을 들여 놓을 수도 있는데, 그러지 않는건지 못하는 건지 암튼 바라만 봐도 설경은 절경이다 종일 바라만봐도 또 보게 된다 산과 가까이 마주하고 서로 말이 없지만 산이 주는 느낌은 좋다 눈이 덮힌 산은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바위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경게가 없어 더 커보이고 더 가까이 느껴진다
새로 사서 읽지 않고 챙여 놓은 정갈한 책처럼 손질하지 않은 푸성귀처럼 그렇게 신선하게 눈 쌓인 산들은 설렘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