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어느 봄날의 일기』
그릇
사람들은 제각각
제 크기만한 그릇을 좋아한다
마음이 맑은 사람은 유리잔은 좋아하고
펴는 것이 좋은 사람은 접시를 좋아하고
작은 것도 소중한 사람은 찻잔을 좋아한다
퍼주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주전자를 좋아하고
퍼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사발을 좋아한다
대화를 즐기는 사람은 커피잔을 좋아하고
사람이 좋은 사람은 술병을 좋아한다
옛정에 사는 사람은 장독을 좋아하고
누군가 그리우면 달항아리를 좋아한다
제각각 다른 그릇에
제각각 다른 인생을 담는다
이런 저런 이유로 남의 집을 방문하게 되면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그릇을 알게 모르게 모으고 있다 어떤 사람은 접시만 모으고 어떤 집에 가면 술잔이나 술병을 모은다 특별히 유리잔이나 한손안에 들어가는작은 찻잔을 특별히 좋아하고 모으기도 한다 어떤 류의 그릇을 작정하고 모은 적이 없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런 모습들이 잘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람들을 알아가면서 그 사람의 특성과 이유 마음들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알면서 모으고 있는 그릇들의 종류를 이해하게 되고 그 마음을 알게 되었다 꼭 다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 씀씀이의 모양에 따라 좋아하는 그릇도 그 사람을 꼭 닮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