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왼손잡이
왼손으로 처음 거울 글씨를 썼다
사람들은 막 웃었다
왼손으로 연필을 잡을 때마다
손바닥으로 떨치듯 가벼운 매를 맞았다
그리고는 오른손으로 연필을 잡고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고
학교에 들어갔다
기구를 사용하면서 빕주걱 가위 뒤집개 호미 과도가 오른손잡이 용만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정말 불편했다 모양을 조금만 변형하면 오른손 왼손 다 쓸 수 있는데 그렇게 생각을 못하는지 그런 류의 물건을 만드는 사람들을 바보라고 어린 마음에 욕도 했다 당시에는 왼손잡이용의 기구는 흔하지 않았다
처음 글씨를 배울 때에는 왼손으로 연필을 잡고 글을 썼는데 거울 글씨처럼 썼다 잘 쓰긴 너무 잘 썼는데 잘 못썼다면서 고모는 옆에서 왼손으로 쓸 때마다 찰싹 손등을 치곤 했다 그래서 안 맞으려고 오른손으로 바뀌서 얼른 글씨를 쓰곤 했다 학교도 들어가기 전일이니 정말 오래된 일이다
우리 집안에 왼손잡이는 안된다는 할머니 엄명에 다들 내가 왼손을 쓰는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고 그런 눈들은 왼손잡이에서 양손잡이로 바뀌어 가면서 자연 수그러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숙제가 많아서 오른손으로 글씨를 오래 쓸 때면 팔이 아프다거나 손가락이 아프다고 했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이 안 보이면 왼손으로 속도를 내서 쓰고 다른 사람들이 보이면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는 버릇이 생겼다 그래서 아무리 글씨를 오래 써도 손이 아픈 적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정장하면서 왼손이 하는 일 오른손이 하는 일이 대략적으로 구분이 되어갔다 힘이 드는 일은 왼손으로 정교한 작업은 오른손으로 하게 되었다 공을 던지거나 무거운 것을 들 때에는 왼손이 먼저 나가고 가위질 바느질 등을 할 때에는 저절로 오른손으로 하게 된다
나이 든 사람들이 가졌던 왼손잡이의 슬픔을 알까 왼손 쓴다고 대놓고 구박받던 그 설움이 양손잡이가 되어 양손을 고르게 사용하고 빠르게 일을 처리하여 슬기롭고 멋지게 삶을 살아가는 소소한 기쁨을 알까 난 왼손잡이였지만 능숙한 양손잡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