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안경
눈 앞에 창을 단다
희뿌연 하늘 흰구름이 훤하다
겹쳐 보이던 신호등이
자주 흔들리던 깃발이
내려앉은 진심이
제자리를 찾아 간다
눈 앞의 창을 열면
빼곡한 하늘의 별들이
가까이 내려온다
꿈을 더 잘 보기 위해
눈앞의 창을 열고 잠에 든다
오랜 세월 안경을 쓰고 살았지만 요즘처럼 안경이 내몀같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다 다촛점 안경을 써도 더이상 촛점이 맞지 않는다 시력이 좀더 나빠진 모양이다 안경을 쓰는 것이 참 불편한 적이 있었다 오래 안경을 쓰다보면 코와 눈이 눌려져서 느끼는 불편함과 불쾌감이 싫어서 꼭 필요할 때만 안경을 쓰고 지냈다 하지만 요즘은 안경을 쓰지 않으면 글씨가 이중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눈에 좋다는 이런저런 방책을 써봐도 별 효과가 없다 생각하면 지난 세월 동안 눈을 가장 많이 써 온 것이 아닐까 눈이 겪은 오랜 시간들을 이제사 돌아보니 새삼 미안한 마음이다 좀 더 자주 하늘을 보고 나무를 보고 숲을 보고 살았어야 했는데 라는 후회를 하게 된다
좀더 소중하게 품고 살았어야 하는 것을 근시라서 원시 걱정을 덜했다 다른 사람이 이미 원시라고 걱정하는 동안 나는 오히려 시력이 회복되는 것 같아서 지난 몇년동안은 안경을 오히려 쓰지 않아도 정말 잘 보이던 때가 있었다 그때가 정말 좋았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아마 노화의 시작이었나보다
근시에서 원시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잠시 눈이 정상범위를 거쳐 노화에 이르는다는 것을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겪어보니 정말 이해가 된다 지금은 노화된 눈을 위해 눈으로 누운 팔자를 그리거나 따뜻한 수건으로 찜질하여 눈물구멍을 뚫어준다거나 인공 안약을 수시로 넣거나 또 눈 따뜻한 물을 눈에 가까이 대고 올라오는 수증기로 눈알 샤워를 하기도 한다 결명자차 매리골드차 당근차를 만들어서 마시기도 하고 눈에 좋다는 비타민A는 챙겨먹는다 친구들은 더러 노안수술을 해서 안경없이 잘 보인다고 하는데 그러고 싶지는 않다
다시 눈이 예전처럼 좋아질 수는 없겠지만 천천히 더디게 나빠지는 방법을 강구하고 노력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안경을 쓰면 한결 사물이 또렷하고 가까이 잘 보이니 필요하면 안경을 쓰면 될 것이다 가급적 생긴대로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