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쉼표
쉬지 않으면 느끼지 못한다
달리기만 하면 보이지 않는다
물방울도 꽃잎 위에 쉬면서
새로운 곳을 바라본다
비우지 않으면 네가 없다
가끔은
쉬면서 다가오는 행복을 본다
우리의 삶은 시간의 연속이지만 때로는 쉬어가야 한다 쉼 없이 달려가면 결국 빨리 그곳에 닿겠지만 가는 동안 많은 것을 알지 못한 채 그저 데려가기에만 열중이다 한 때는 굵고 짧게 사는 사람들의 삶이 대단해 보였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주변에 그렇게 살다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굵고 길게 살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가늘고 길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 그러기 위해서는 중간중간에 쉬어가야 한다는 생각 그래서 그 쉬는 동안 힘을 축적하여 더 앞으로 나아가는 여유를 갖는다는 것
인생이란 가끔 멈춰 서서 틈을 비워두고 사람사이에도 틈이 있어야 하듯이 쉼표는 그런 틈이 아닐까 다음의 순간에 더욱 멋지게 힘을 쓰기 위해 비축하는 것이 쉼표가 아닐까 만약 한 소절 아리아에 쉼표가 없다면 명곡에 쉼표가 없다면 듣는 사람이 얼마나 후달리며 들을까
다음을 기대하는 마음이 쉼표가 아닐까 그래서 쉼표가 지니는 힘이나 매력은 바로 여유가 아닐까 힘들게 일하는 사람에게 쉬는 시간은 꿀맛이고 다음을 위한 휴식이다 휴식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멋과 여유와 설렘이 없다 적당히 잘 어우러진 쉼표가 있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누구나가 알고 있다
쉼표는 떨어지는 물방울을 닮았다 힘들게 일하면 이마에서 떨어지는 땀방울 눈물방울과도 닮았다 그래서 쉼표는 그 안에 참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쉬면서 많이 고민하고 그 고민조차도 쉬는 때 당장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쉬고 나면 다시 달릴 힘이 생긴다는 것을 푹 쉬어 보면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