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절반은 어둠이고

절반은 빛인 길에서

절반은 슬픔이고

절반은 기쁨인 인생길에서


흔들리되 기울지 않고

슬퍼하되 상처받지 않고

기뻐하되 젖어들지 않고

사랑하되 욕심내지 않고


빛인 듯 어둠인 듯

살아보면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고 버티는 힘

반반이 좌우한다는 것을 안다



여태 살아온 인생의 절반이 행복이었다면 그래도 그 인생의 반은 성공한 셈이다 살면서 반을 성공하기가 어디 쉬운 일이던가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을 시키면 짬뽕이 먹고 싶고 짬뽕을 시키면 짜장면을 먹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니 '반반'이라는 메뉴도 등장하고 '아무거나'라는 메뉴도 등장한다 결정 장애가 아니면 욕구충족의 갈망이 강하든가일 테지만 인생의 행복에 관해서 반반의 감정은 선택의 여지가 특별히 있지 않다

살면서 어떤 감정에도 흔들리지 않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센바람에도 여린 바람에도 자주 흔들리면서 끊임없이 좌절하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상처받으면서 살아간다 상처 주는 사람 역시 자신이 받은 상처가 크고 그 상처를 달리 스스로 풀어내지 못하면 그 상처를 무기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경험치를 덧붙여서 더 큰 상처를 주게 된다

마음에도 저울이 있다면 의지와 다르게 앞서 나가는 감정들을 저울질하여 적정한 량의 감정만을 내보낼 수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하니 스스로도 주변 사람도 견뎌내기에는 힘이 든다 도인에 가까운 사람들은 자기감정을 잘 조절하여 자신도 상대도 상처받지 않는 말과 행동을 한다지만 그런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꽤 오랜 세월을 살아왔지만 그런 사람을 만나기란 정말 하늘에 별따기이고 아직은 만나보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 정답이다 그러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아주 드물게 만난 적은 있지만 그 역시 사람의 앞 앞에 다른 얼굴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의 마음을 반으로 나누어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앞서 나가는 마음의 반만 내보내고 나머지는 묶어두었다가 더 내보낼지 말지를 생각한 후에 다시 남아있는 마음의 반을 내보내고 다시 깊이 생각한 후에 반을 내보내는 방법을 실천할 수 있다면 도인의 근사치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어디에도 기울어지지 않고 버티는 힘은 당장은 당사자들에게는 누구의 편을 들지 않아 섭섭할 수 있지만 균형 잡힌 힘으로 생을 버티는 힘을 갖게 된다 어디에도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힘을 갖는다는 것은 자신의 에너지를 허투루 쓰이지 않는 비결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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