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까치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물까치



바람 없이 따뜻한 날

자작나무 가지에 찾아든

물까치

집도 없이 얼마나 지내려나 했더니

어느새 집을 짓고 알을 낳고

바람이 둥지를 흔들어

아기새들이 태어난다


깍깍 까치소리 닮은

푸른 깃털색만 다른

물까치 떼 날아와

자작나무 가지를 들썩대고

숲을 두리번거리며 새끼를 키운다



이곳에 온 뒤로 어치와 물까치 떼를 만난 것은 정말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어치는 마치 고양이 소리를 내어 당황스러웠다면 물까치 떼는 저 멀리 수평선을 배경으로 하는 겨울 자작나무 위에서 푸른 날개를 하고 떼로 모여들어 이 가지 저 가지로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은 환상에 가까울 만큼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만큼 살면서 새로운 새들이 눈앞에서 단체로 춤을 추듯 여기저기로 몰려다니는 모습을 창밖으로 지켜본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밝고 경쾌하게 무거운 겨울을 다 던지고 여린 푸른 옷을 갈아입고 가볍게 날아다니는 물까치 떼의 춤구경을 하느라고 한참을 베란다에 서 있곤 했다 새들은 참 신이 많은 것 같다 힘껏 날다가도 노래하고 노래하다가도 어느 틈엔가 여기저기 날아다니고 기쁨으로 날갯짓을 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해진다

이렇게 넉넉한 자연 속에서 물까치도 만나고 기러기도 만나고 어치도 황조롱이 직박구리를 만나고 살다 보니 그들이 느끼는 자유로움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필요한 먹거리 걱정 없는 입을 거리 가난한 삶터 맑은 웃음소리 밝은 노랫소리 기쁨이 넘치는 자유로운 날갯짓 햇살을 넘어 다니는 가벼운 넉넉함 배우고 배워도 끝이 없는 그들의 살림살이방식이다

그들을 바라보노라면 나도 새가 되어 창공을 날고 구름을 넘나들며 햇살을 맡고 있다 가진 것 하나 없이 빈가지로 집만 지을 뿐인데 사방 천지 먹을 것 하나 없어 보이는데 저렇게 자신 만만하다 기분이 좋아 보인다 나무가 부르는지 그 나무 가지에만 앉기도 하고 바람이 부르는지 바람 따라 날기도 한다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물까치 떼를 보면서 그들이 서로를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서 그 속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찾는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송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