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어느 봄날의 일기』
춤추는 바람인형
거리를 지나다가 불현듯
커다란 풍선인형이 손짓한다
바람에 팔이 저절로 접히면서
안으로 들어오라 한다
날아가버릴 불안이 없이
탱탱하게 땅에 자리 잡고
천길 허공에 머리를 두고는
마음껏 몸을 흔들어 호객 행위를 한다
주인 대신 인사하고 미소 짓고
으슥대고 노래에 장단 맞춰
몸 흔들고 춤도 춘다
어둠이 들면 부풀어 오른 팔다리에서
서서히 빠져나가는 바람은
종일 휘젓던 허공으로 사라지고
어두컴컴한 통 속에서 밤을 보낸다
길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개업하는 집이나 가게의 가시성을 높이기 위해 바람이 잔뜩 든 풍선인형을 마련하여 호객행위를 하는 가게들을 종종 만난다 처음 볼 때에는 참 신기했다 어떻게 저렇게 팔을 흔들어 대며 사람을 불러들일까 싶을 만큼 자연스럽게 흔들어대고 있어 다음에는 어떤 형태로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몸짓을 상상하게 되는 아이디어가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어느 틈엔가 이런 바람인형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한자리에서 꽤 오래 흔들고 있는 인형도 있지만 보는 재미가 솔솔 했는데도 오래가지 못하고 왜 하나둘 사라지는 것일까 의문이 들곤 했다 대여를 해서일까 아니면 고장이 잦아서일까 가격이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지만 여러 단점이 있다 지나가다 보면 소음이 심하기도 하거니와 내구력이 약해 오래 사용할 수가 없고 비가 오면 방수처리가 안돼서 사용할 수가 없다고 한다 또한 조명이 없기 때문에 밤에는 유령처럼 보여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하고 몸통에 광고문구를 넣는다면 가독성이 떨어지기도 한다는 단점을 갖는다
이런저런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여전히 바람인형은 움직이는 모양이 재미있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고 가시성이 높다 단순한 표지판보다는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는 훨씬 더 재미가 있다 단순한 모양보다는 좀 더 진화된 모양을 기대하고 싶다 바람인형의 움직임을 바라보노라면 공기압을 어떻게 조절하는지에 따라 어떤 모양이 되는지가 궁금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