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인 시첩

사람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일일일 시一日一 詩』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과'가 있다


사람 人자를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

밥알처럼 엉겨 기댄다


때로는 사람人보다는

여덟八이 더 사람처럼 보인다


적당히 떨어져 그 틈에

뿌리를 내리고 단단히 살아가는

삶이 더 반짝이는

진짜 사람처럼 보인다




서로 엉겨 붙은 밥그릇의 밥을 보면서 사람들의 사람을 생각한다 홀로 밥이 되지 못하는 사람을 생각한다 홀로 이루어지는 것 홀로 반짝이는 것은 흔치 않은 보석이고 별이고 태양이다 그 빛나는 존재들 역시 어디선가 빛나는 힘을 끌어온다 사람들은 누구나 그 누구와 더불어 살아간다

때로는 사랑으로 때로는 증오로 미움으로 상처 주고받고 사랑을 주고받으며 점점 친숙해지거나 점점 멀어진다 비바람이 부는 길을 걷기도 하고 꽃길을 걷기도 한다 사랑으로 바라기도 하고 이별을 선언하기도 하면서 수많은 말들을 서로에게 하면서 살아간다

서로의 사이가 벌어지기도 하고 이어지기도 하지만 한번 얼어붙어버린 마음은 다시 녹기는 쉽지 않다 내일을 기약하고 살아가지만 그 내일은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바로 내일 올 수도 있다 짧은 겨울 햇살처럼 혹은 긴긴 여름 햇살처럼 운명은 따뜻하게 혹은 징글징글하게 내편이거나 남의 편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의 생각과 삶을 짚어보면 참 다양하고 복잡하다 야경으로 바라보는 불빛들 그 이상으로 다르게 빛난다 혹은 빛을 내지 않거나 빛이 나지 않는 존재들은 어떤가 쉬고 있는가 잠들어 있는가

요즘은 단순한 삶이 좋다 복잡하게 살거나 복잡한 생각을 하는 삶이 그다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다 속계산을 하고 더 나아가기 위해 발버둥 치는 그런 일들은 왠지 삶의 무게를 더 무겁게 하고 그런 사람들이 부담스럽다

흐르는 강물처럼 곁에 함께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걸어가는 낯선 침묵도 낯익은 인사도 같은 따뜻함으로 느끼며 문이 열린 집에도 문이 닫힌 집에도 모두 안녕하기를 바라며 너의 하늘에도 나의 하늘에도 해가 뜨고 별이 뜨고 달이 뜨는 것처럼 각각의 마음속에 둔 소망들이 모두 흐르는 물처럼 흐르는 시간 속에서 가장 적절한 때에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삶의 뿌리를 다져가면 좋겠다

이제는 너무 바쁘지 않게 너무 복잡하지 않게 너무 무겁지 않게 너무 부지런하지 않게 살아갈 수 있겠다



요즈음은 새로운 다른 일을 시작했다 브런치 시간을 줄였다 <일일일 시> 시를 놓을 수 없으니 브런치에서 '하루 시한편'은 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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