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인 시첩

생각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일일일 시一日一 詩』


생각



말을 할 때 두 눈을 본다


흐르는 것을 보면 삶도 흐르고

뿌리를 보면 삶도 뿌리내린다


다리 없이 꽃대 올리는 능소화

날개 없이 허공에 집 짓는 거미

멀뚱멀뚱 머릿속이 가벼운 사람


보이는 곳은 창이고

보이지 않는 것은 삶이다



사람을 바라볼 때 두 눈부터 본다 전체적인 느낌도 중요하지만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는다 하지만 연기를 잘하거나 오래 산 사람들의 눈은 잘 알 수가 없다 그 두 눈 속에 감춰진 것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흘러가는 것은 시간 속에서 잘 살아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살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늘 가슴속에서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 삶을 살고자 하는 신념을 지닌 사람도 있다 매 순간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는 쉽지 않지만 이따금씩 낯선 길에서 길을 잃고 나침판을 꺼내보듯이 자신의 지난 일들을 되돌아보면서 살아가는 것은 좀 더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방법이다

더 심각하게 더 깊이 산다고 사람이 나아진다고는 보지 않는다 단순하고 단출하고 간단하게 살면 처음 잡아 놓은 잘못된 방향을 갈 확률이 줄어든다 삶은 시간과 수고로 잘 짜인 거미줄을 엮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맑은 날에는 이슬이 맺히고 비바람이 불면 어느 틈엔가 뭉쳐지고 떨어지고 사라지는 그럼에도 다음날이면 다시 일어나 허공에 거미줄을 엮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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