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인 시첩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일일일 시一日一 詩』






섬은 물에만 있지 않다

넓은 들판 한가운데서

푸른 귀를 쫑긋 내놓고

나무가 하는 말

바람이 전하는 소리

귀담아 듣고 있다


섬은 들에만 있지 않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하늘이 하는 말 궁금하여

새소리 파도소리

고독이 부르는 소리 들으려

마음의 두귀 쫑긋 세운다



섬은 신의 손으로 채곡 채곡 쌓아올린 기다림이다 그래서 섬사람들은 배가 오기를 기다리고 그 배에 기다리는 사람이 오기를 두눈이 빨개지도록 기다린다 섬에 살면 누군가를 기다리다 하루를 보내고 일생을 보내다가 섬이 되어 사라진다

섬을 하얗게 거품이 일도록 치는 파도는 심심해서 일까 기다리지 말라는 의미일까 스스로 섬이 되어버린 사람에게는 흘러가서 물이 되면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섬이 되어 스스로를 그 물에 가두어 버리기는 하지만 그 물과 같이 살고자 하지는 않는다 스스로 물에 같힌 존재로 인식한다 외로운 섬이 되지 싫다면 배도 물도 그곁의 또 다른 섬을 친구로 삼으면 된다 세상에 친구가 되지 않는 것이 뭐가 있을까

갇혀 기다리고 외롭고 고독하다여기면 그 삶은 답답하고 고립무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곁의 섬을 친구 삼으면 친구의 수는 끝없이 늘어난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살아보니 우리에게는 그렇게 많은 친구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달이든 소나무든 바위든 자연물을 친구처럼 여기고 옆에 두고 살아간 윤선도 같은 이도 있다

그 마음을 알겠다 스스로가 섬이고 섬도 친구를 가질 수 있고 친구가 되어주기도 하는 그 마음을 알겠다 순결한 자연관이라면서 자연물도 덕을 가진다는 전통적 사고에서 비롯된다 예찬했지만 그의 마음은 그게 아니었으리라 그냥 친구 친구이기를 바랬다 위로를 주고 받으며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그런 친구. 섬이 섬을 친구로 삼는 것처럼 달도 나무도 바위도 사람도 어찌보면 섬이 아닐까 자연이 손수 만든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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