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외롭다
슬픔도 행복도 웃음소리도
나눌 수 있지만
뼛속까지 나눌 수 없는 것이
하나둘 모여든다
닿으면 정직으로 변하는 침묵
안으로 안으로만 파고드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마음
내가 나를 들여다보고
내가 나에게 말하고
내가 내게서만 오직 출렁이는
오래 묵은 고백서, 고독
사람의 마음은 참 여러 가지이다 철학자 틸리히 Tillich는 혼자 있는 고통은 외로움이고, 혼자 있는 즐거움은 고독이라 한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고독이란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이라고 정의한다 나는 외롭다거나 고독이라는 말을 동일 의미로 주로 사용하지만 그는 외롭다를 부정적 의미로 고독은 긍정적 의미로 인지하나 보다
아무튼 이 둘은 나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큰 차이를 갖지 않아 보인다 그중에서도 외로움이나 고독이라는 감정은 나눌 수가 없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어떤 감정들은 나눌수록 더 커지고 어떤 감정은 나눌수록 더 작아진다는데, 도무지 이 외로움은 그럴 기미가 없다
누군가가 그리워서 생기는 감정이라면 보면 되고 누군가에게 섭섭해서 생긴 감정이라면 풀면 되는데 그도 저도 아닌 외로움이나 고독은 그 점을 해결하지 못해 발생하는 감정의 결정체 같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그리우면 외롭다고 하고 누군가에게 실망을 하면 고독하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기만 했을 뿐 잠시라도 가던 길을 멈추고 자신을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 무리 속에서는 외롭지 않다고 누가 그랬을까 군중 속에서도 혼자 있어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이다
언제나 친구처럼 곁을 지키고 있었던 한 외로움이 토닥토닥 어깨를 다독인다 그리고는 '난 언제나 네 곁에 있어 빈 공책 안에도 복잡한 책상 위에도 호주머니 속에도 가방 안에도 늘 어느 정도의 공간을 갖고 너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어'라고 말한다
그래서 내가 슬프지는 않았구나 그래서 내가 불안하지는 않았구나 그래서 나는 기다리는 법을 깨달았구나 슬픔을 비워낸 자리마다 불안을 덜어낸 자리마다 기다림은 누리는 동안 그 자리마다 네가 들어서서 친구처럼 딱 붙어 있어서 아니 뼛속까지 한 몸이 되어서 그렇게 나를 살게 했구나 알고 보니 네가 절친이었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