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인 시첩

가방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일일일 시一日一 詩』



가방



쏟아진 가방을 보면서

그 사람을 읽는다


자잘한 물건들을

엉거주춤 주워 담는

버리지 못하는 마음을 본다


가방이 없는 사람도 있다

평생을 그 속을 들여다볼 일 없이

고스란히 제 몸 구석구석이

가방이 되는 사람이 있다


쏟을 것도 마음도 내 보이지 않는

간결해서 눈부시는

오래된 여행가방같은 사람이 있다



집 밖을 나서면 동시에 늘 가방을 가지고 간다 가방 없이 길을 나서면 뭔가 불안하다 가방에는 평상시 필요한 것들을 아주 소규모로 하여 가지고 다닌다 누구나 비슷하지 않을까 가방 없이 다니는 중년 여성은 그다지 본 적이 없다 마치 가방으로 자신의 지위를 내보이려는 듯 차에 품격을 두는 것처럼 가방에 자신의 품격을 대신하게 둔다

그래서 가방이 근사한 사람을 보면 근사한 인생을 살거나 근사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혹은 근사하게 도봐줘라는 말을 하는 것 같다 천가방이나 종이가방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도 많고 아예 가방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 소중히 여기는 것이 다르기에 무엇을 가지고 다니든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요즘은 가방도 지갑도 없이 다니는 핸드폰 하나로 다 해결가능한 시대를 살아간다 최소한 우리가 사는 번화한 도시 같은 곳은 어디를 가나 카드 한 장 혹은 핸드폰이면 필요한 물품을 즉석에서 다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살아보니 사람 사는 곳마다 다 달라서 가방 없이는 낭패를 보는 경우도 수월찮게 만난다

차가 운송역할 만을 하는 것이 아닌 캠핑카가 대세인 곳에서는 가방도 잡다한 물건을 담아 다니는 역할만을 하는 시대가 아닌 시대 속의 다양한 장소를 살아가는 동안은 좀더 달라진 가방의 의무와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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