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인 시첩

매화 찬讚

by 김지숙 작가의 집

매화 찬讚



그리 애달플 것 없는 날

봄의 문을 처음 열고 성큼

저 먼저 내 마음에 들어선다


먼 곳에서

가만가만 햇살 부여잡고

잠시도 놓지 못하는 눈길

바로 그 앞에 환희 꽃산 데려온다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새로 오시는 늘 첫봄


한없이 무작정 걷는 것은

삶과 추억을 녹여 피는

저 매화를 만나기 위해서이다



강릉 가는 다녀오는 길에 매화를 본다 좁은 논밭 구석구석에 어느 틈엔가 매화가 활짝 피어 이제는 확연히 봄이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시골 버스 종점 양옆으로 매화가 활짝 피어 매화길이 만들어져 있다 흑백의 자연경관 속에서 화사하게 얼굴을 내민 매화가 참 반갑다 내 마음에도 꽃이 피어 우울한 기분이 단숨에 날아간다

벚꽃을 닮은 처음 피는 백매는 가장 흔하다 그래서 피는 시기를 지난 꽃만 찍은 사진을 내보이면 벚꽃과 잘 구분이 되지 않기도 한다 매화라는 이름을 말해야 매화인 줄 안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백매는 그래도 여러 매화 중에서 제일 먼저 피어 멀리서 바라보면 봄이 왔다는 것을 알려주는데 그 소중함을 둔다 백매나 홍매는 조금 뒤에 피지만 색이 뚜렷해서 자지 존재감이 뛰어나다 예쁘다 조금 더 늦게 피는 매화는 만첩홍매 수양매 만첩백매 등 여러 종류의 매화가 있어 추운 겨울에 피는 매화는 아니지만 예쁘긴 하다

세한삼우라고 하여 소나무 대나무 매화나무를 들고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를 들어 선비를 상징하기도 한다 매화는 불굴의 삶을 상징하며 순결 결백 기품 인내를 상징하기도 하는데 그 매화 역시 백매이다 다 그중에서도 인내라는 말이 매화와 가장 잘 맞아떨어진다 겨울을 보내고 제일 먼저 피는 성급함이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말할까 싶지만 모질게 추운 겨울을 버텨내는 힘은 아무 꽃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존중받는 것은 당연하다

옛 선비들은 매화가 피었다고 하면 그곳을 찾아가서 풍류를 즐기던 탐매探梅놀이를 했다 요즘 사람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다니는 것을 찾아다닌다 시대가 달라도 이런 풍습은 여전하다 강원도에는 매화를 볼 수 있는 곳이 그다지 많지 않지만 이곳저곳을 지나다 보면 자연스럽게 피어있는 매화나무들을 보게 되고 이제는 봄이 왔다고 곧 봄날이라고 움츠린 마음을 펴게 된다

부산에 살면 지금쯤 탐매 하느라 세상 바쁜 사람이었을 텐데 지금은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매화는 아주 가끔씩만 눈에 들고 아직도 꽃은커녕 푸른 새잎도 잘 보이지 않으니 확실히 장소감이 다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가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