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길

by 김지숙 작가의 집

상징(象徵)이라는 한자말에서 상(象)은 ‘하늘이나 우주처럼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의미하고 징(徵)은 ‘아래서 위로 드러내 보이는 것’을 말한다. 눈에 보이거나 마음속에 느껴지는 어떤 특질을 암시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것이 상징인데, 어떤 것을 대신하는 대상이나 행동을 생각할 때도 상징이라 한다. 여기서 두 대상 간의 동일시가 가능하다는 의미가 ‘대신’이라는 표현에 담긴다.



갈매기가 바다를 버렸다

사나운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

상어 떼가 우글거리는 그 바다

안심할 곳 없는 그 바다를 버렸다

도심의 빌딩 사이를 우아하게 한 바퀴 돌다가

맥도널드 쓰레기장이나

슈퍼마켓 쓰레기장에 내려앉는다

먹을 것 질펀하게 쌓여 있는 도시가 좋아

까마귀 비둘기 친구하며 논다

날개가 좀 더럽혀지면 어때

자존심이 좀 상하면 어때

변질자로 부르면 어때

이미 타락한 세상 한 바퀴 돌아보면 좀 어때

하느님 의도야 그렇지 않겠지만

반칙이란 늘 있는 법

타락한 도심 번지수를 바꾸어 살고 있다.

-김호길 「갈매기」



카시러는 정신의 표현 양식에 관한 이론에서 문화의 영역과 삶의 영역이 지닌 고유 기능과 원칙을 분석하고 이들과의 조화 속에서 유기적 관계를 파악한 바 있다 또한 그에 따르면 인간은 생각 속에서 시공간을 초월하여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 새로운 차원 속에서의 삶도 가능하다 이러한 인간의 세계를 좀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징을 통해서 가능하며 모든 상징은 의식의 선험적 능력인 상징 기능과 형식에 의해 만들어지며 소통의 매개가 아니라 인식행위의 산물로 세계에 대한 이해를 향해 열려 있는 인간의 관점을 만들고 있다 이러한 상징은 언어 예술 신화 종교 역사 과학 등에서도 나타나며 이들은 상징적 우주를 이루는 구성요인이자 인간의 문화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본다.

우리 시에서 유치환의 ‘갈매기’(「어느 갈매기」)는 세파에 어지럽힌 화자의 상한 마음을 상징하고, 박남수의 ‘갈매기’(「갈매기소묘」)는 월남 난민들의 소외되고 떠돌이가 되어 있는 비극적인 삶을 상징한다 대체로 갈매기는 사람의 자유와 평온한 행동 및 비상을 상징한다

김호길의 시 「갈매기」는 원래의 살 곳인 바다를 버린 갈매기의 이야기를 담았다 갈매기는 인간의 인지 작용에 의해 명명된 생명체이며 바닷가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살아가는 존재이다 바닷가를 떠나서는 생존할 수 없다고 대체로 인지되어 왔지만 시에서 ‘갈매기’는 도심의 쓰레기장에서 먹거리를 구하고 비둘기와 까마귀를 친구 하며 타락한 세상을 날며 더럽히고 타락하며 새로운 터전에서 살고 있다

물론 시에서 갈매기라는 상징적 생명체를 택해 인간이 본연의 삶의 터전을 버린 결과 다양한 모습으로 변해버린 장소에서 구차하게 살아가는 삶의 정황을 표현한다. 시적 화자가 설정한 의미대로 본다면 변화한 환경에 적응하고 그것을 스스로 합리화하는 모습을 변해버린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측은한 갈매기의 삶으로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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