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운

by 김지숙 작가의 집

그리이스 신화에서 ‘가이아’는 대지의 여신으로 땅을 의미하며, ‘시후아코아틀’은 아스텍이 숭상한 대지와 탄생의 여신으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죽은 자들은 삼키는 아이를 안고 있는 여신이다 ‘데메테르’는 수확 곡물 씨를 뿌리고 밭을 가구는 법을 알려주는 풍요의 여신이다. 성서에 보면 창조주가 처음 사람을 만들 때 ‘흙’을 사용하고(창 2:7; 고첫 15:47, 48) 아담이 벌 받을 때 ‘너는 ... 흙으로 돌아갈’ 것이라 한다.(창 3:19) 그밖에도 뱀에게 ‘네가 사는 모든 날 동안 ‘흙’을 먹을 것이다”라고(창 3:14)하여 부정적 의미로 흙을 사용되는가 하면 완전성을 잃어버린 인간에게 ‘흙’은 약함을 나타내기도 하고 자비를 보일 때의 ’흙‘(시 103:13, 14; 창 18:27)과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고 하여 ‘흙’의 멸성을 상징(시 104:29; 전 3:19, 20; 12:1, 7)하기도 한다.




6월 아침나절

주택가 쓰레기통에선

깨진 꽃병의 파편이 반짝이고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반짝이고

길가 아카시아 나무 꽃 핀 가지가 반짝이고

흙 묻은 내 바지가 환한 빛 속에서 반짝인다

나는 그늘진 골목길에 서서

누군가가 보내는 신호에 날개 반짝이며

무한 허공 햇빛 속으로 날아가는 새들을 본다

-심상운 「6월 아침」





낮은 상태를 의미한 ‘흙’은 대개 여성성 수동성을 의미하며, 아메리카 인디언에 의하면 흙은 땅을 상징하며 땅은 태모(太母)를 상징한다. 또한 양육자 공급 무진장 창조력 물질을 나타내는가 하면 무의식 속의 대지는 생명을 주는 자궁을 의미한다. 반면 질서를 유지하려는 무의식이 위협받는 상황이거나 질서에 위험이 도래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는 온전성에 대한 위협으로 땅이 지닌 영민함에서 몸이 지닌 지혜를 보완해야 완전성에 이른다는 의미도 표상한다. 우리시에서 김광림의 시 「꽃의 문화사초」에서 ‘꽃’은 생성의 아픔을 거느린 영혼을 상징하고 김춘수의 「꽃의 소묘」에서 ‘꽃’은 태양 영혼의 세계를 상징한다.

심상운의 시 「6월 아침」에서 아카시아 나무가지에 핀 ‘꽃’은 아름답지만 흔들리는 가지 끝에 피어 있어 일시성을 상징한다. 화자는 ‘꽃병’ ‘나무’ ‘바지’ ‘새’와 같은 어휘들은 형태의 유무를 떠나서 ‘반짝’임을 동반한다. ‘꽃병’은 원래를 의미를 상실한 채 ‘쓰레기통’에 버려져서는 ‘깨진’ ‘파편’ 등으로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는데 이는 ‘반짝’이고 있어 본래의 역할을 찾아가는 긍정성을 회복한다.

‘나무’는 흔들거리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만 ‘꽃핀’ 상태로 가지들이 ‘반짝’이면서 희망의 긍정상태로 전환된다. 화자가 입은 ‘바지’는 흙이 묻어 있고 이 ‘흙’이 지닌 두 의미 중 하나는 대지의 여신이 지닌 긍정성이나 창조주가 돌아갈 곳을 의미하는 ‘흙’인데, 시에서 이 ‘흙’이 아니라

두 번째 의미로 온전성을 깨뜨리는 부정성을 띠지만 몸이 지닌 지혜로 이를 극복하는 ‘땅’으로서의 이는 ‘흙’이 나타난다. ‘흙’이 묻은 바지의 내면이 반짝인다는 점에서 확인 가능하며 그늘진 골목에 서 있는 화자는 무한 허공을 날아가는 ‘새’를 지켜보고 있다

결국 시에 드러나는 ‘파편’ ‘그늘’ ‘허공’ 등과 같은 비가시적인 사물이 제시하는 부정적인 많은 상황 속에서 ‘꽃병’ ‘나무’ ‘바지’ ‘새’와 같은 가시적인 세계를 보여주는 사물은 긍정적 상징성을 확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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