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인 시첩

돌멩이 하나

by 김지숙 작가의 집

돌멩이 하나



공사 장 주변에서 돌을 만났다

오래전 누군가 그린 그림처럼

눈먼 사연 하나 들어 있을 만한

야무지고 큼직한 얼굴이 새겨져 있다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야산 초입의 야트막한 길거리에서

수천 년 전에 살다 간 원시인일까


돌도끼도 돌망치도 아닌 채로

두껍고 모나지 않는 동덩이로 굴러다니다가

황금빛 돌 위에서 빤히 쳐다보는

시대의 끝줄에서 만난 터줏대감 하나 만났다



공사장 주변에서 파헤쳐 놓은 돌덩이들 가운데 눈에 띈 돌덩이가 있어 손에 넣었다 누군가가 그린듯한 그림이 그려져 있고 문화재 관리구역을 한참 벗어난 야산 초입 길거리라 누군가가 장난 삼아 그린 그림일까 싶었지만 그래도 긴 듯 아닌 듯 애매해서 그냥 버리기는 아까워서 집으로 가지고 왔다

가만히 보면 이 동네 사람들은 꽤 많은 돌멩이들을 버리지 않고 마당 여기 저기에 두었다 모양이 특이한 것도 있고 무늬가 특색있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하지만 저 수많은 돌멩이들이 아마도 집을 지을 대 흙 속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 곳은 오래 전에 사람들이 터를 잡고 살아가던 곳일거라는 생긱이 들었다

물로 씻어도 씻기지 않고 아무리 닦아도 닦이지 않는 그림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궁금했다 하지만 알 길 없는 것이 또한 돌의 출처이다 그래서 그냥 기념품쯤으로 여기고 함께 지내기로 했다 베란다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주먹보다 조금 큰 돌멩이를 바라보면서 도대체 누가 널 그린 거냐며 볼 때마다 물어본다

사람의 얼굴은 아니고 두더지의 얼굴인지 아무튼 동물의 얼굴 형상을 하고 있다 아마도 어느 시대인지는 모르겠으나 야산에 살던 사람이 그린 그림이거나 아니면 자연스레 생긴 형상일 가능성이 훨씬 더 높고 크다 흥미롭지만 더 발전시킬 힘이 내게는 없는 돌멩이 하나를 두고 오며 가며 그에게 묻곤 한다 너는 어디서 온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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