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흔하디 흔한 개나리를
심심산골 도로가에서 만났다
멀리서 봐도 단박에 아는 꽃
시야가 흐려 초록들 사이에서
수채화처럼 곱다
고향에서 본 꽃이라 그런가
향기가 나지 않아도
특별히 예쁘지 않아도
너무 오래 너무 자주 만나
아무 감흥이 없었다 해도
오늘만큼은 종일
세상의 어느 봄꽃보다 환하게
가슴 끝을 뒤흔든다
강원도는 아직 봄이 덜 온 것 같다 먼 산 아래 집 마당에 목련이 피고 매화가 피고 진달래가 산언저리에 언뜻언뜻 보이고 가끔 개나리가 보일 뿐 아직 봄이 완연하다고는 할 수 없다 나무들이 겨울 인 채로 비쩍 말라 있어서이다 가지에 물이 오르고 새순이 보이기 시작해야 하는데, 아직은 기별이 없는 사람 같다
일이 있어 차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는 길목에 개나리를 만났다 지난 주만 하더라도 개나리는 피지 않아 있는 줄도 몰랐는데, 일주일 사이에 개나리가 활짝 피었다 솔직히 개나리가 예쁘다는 것을 이전에는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도로가에 배기가스가 철퍼덕 떡칠이 된 그러면서 전정된 뼈대 사이로 몇몇 송이들이 가까스로 붙어있는 개나리를 기옥하고 있는 내게는 말이다
그런데 이곳에 오고서는 오늘 본 개나리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 양지바른 곳이라 그런지 연초록 잎들이 살포시 물이 오른 나무들 사이에서 진달래 꽃들을 배경으로 개나리가 피어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잘 그린 수채화를 보는 마음처럼 어쩌면 수채화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몽환적이었다
개나리는 Korean goldenbell tree 한국이 원산지인 꽃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던 개나리 그동안 너무 함부로 봐왔다 그 순간 개나리가 이렇게 이쁜데 꽃에 대한 편견을 스스로 깨게 됐다 개나리가 곱다는 것을 방금 전에 본 개나리의 모습을 오래 간직하고 기억하고 싶다 그리고 꽃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기로 했다 어느 곳에 무엇과 어울리느냐에 따라서 그 모습이 달라지는 것을 상상도 못 했다 꽃이나 사람이나 이 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