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인 시첩

우체국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봄봄봄』




우체국



우체국 가는 날은 괜히 설렌다

그리운 생각 한 통의 편지에

소식 담아 전하는 마음이 저 먼저 달려간다


기쁨을 담아 부치고

소중함 담아 전하는

우체국 가는 길은

수국꽃이 수북이 피어

사람들이 남기고 간

추억의 발자국들을 기억한다


우체국 가는 길은 괜히 바쁘다

보고 싶은 얼굴이 가까이 올 것 같아

바쁜 걸음을 더욱 서둘러 걷는다



시골 살이를 하다 보면 우체국도 날을 정해서 가야 한다 멀리 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은 우체국도 같은 시간에 쉬고 퇴근시간이 되면 우체국도 문을 닫기 때문에 시간을 맞춰서 우체국에 간다는 것은 마음을 깊이 내어야 한다

하지만 우체국에 가는 마음은 늘 설렌다 따뜻한 사람들에게 그리운 마음을 보내고 궁금한 소식들을 한 장의 편지에 전한다 예전에는 편지를 부치고 소식을 전하곤 했지만 요즘이야 e-mail로 전한다

설 추석이나 김장철 크리스마스 전후에는 이곳 우체국도 사람들이 붐빈다 다른 날들은 드나드는 사람들이 거의 없지만 이런 행사가 있으면 우체국도 만원이다 주로 나이 든 사람들이 주 고객이라 직원들의 손길은 두세 배는 더 바쁜 듯 보인다 작은 나무들로 둘러싸인 작은 우체국이 그날따라 부산해 보인다

바닷가에 자리 잡은 우체국이라 그런지 가끔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편지를 쓰고 그 자리서 엽서를 부치기도 한다 우체국의 의자에 앉아서 글을 쓰고 부치는 사람을 보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낭만적인 한 부분을 보는 것 같다

한 번쯤은 먼 후일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여기 바닷가 우체국에서 써서 보내고 싶어진다 바다가 바라보이는 우체국에서 이런 일을 하면좋겠다 먼 후일 그 날짜를 맞춰서 발송하는 서비스를 한다면 정말 편지를 쓸 사람이 많을 것 같다 하긴 그때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으니 그곳에 사는지 아닌지도 알 수 없으니 ..그렇지만 주민번호만 있으면 살아만 있으면 어디든 배달가능한 나라가 아닐까 귀찮기는 하겠지만 조금은 낭만적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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