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인 시첩

소풍

by 김지숙 작가의 집

소풍




손등이 햇살에 따가울 즈음이면

봄소풍을 갔다


철없이 가지를 뻗어대는 물오른 나무처럼

아이들은 어디로 달아날지 몰라도

다닥다닥 손을 잡고 피어난 벚꽃처럼

그렇게 줄을 지어 화창한 봄길을 걸었다


요즘은 놀이공원으로 소풍 간다

저들이 좋아하는 기구를 타며 소풍놀이 한다


보물찾기 김밥 사이다 과자봉지 한가득 했던

소풍은 머잖아 사라질 봄꽃처럼

간혹 산과 들에 추억처럼 피어 있다



소풍은 학창시절을 떠올리기에 가장 적합한 추억을 담고 있지 않은가 추억마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늘 공부를 중시하고 성정에 애면글면하던 때라도 소풍 가는 날만큼은 공부에서 해방되던 날이기도 했다 평소에 가지 않던 산으로 들로 가서 돋자리를 깔고 친구들과 김밥을 나눠 먹고 선생님이 숨겨둔 보물찾기를 하고 장기 자랑을 하던 일들을 생각하면서 더욱 친구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친하게 지내곤 했다

소풍 에서 독들 사이에 나무 사이에 숨겨둔 보물찾기 종이는 한번도 찾은 적이 없었다 아니 그냥 찾기 싫었다 그렇지만 친구들이 보물을 찾기종이에 환호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기뻤다 상이라야 노트며 필기구 그리고 과자상자 손수건과 같은 너무나 뻔한 물건들이라서 그다지 큰 흥미는 없었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더 즐거웠다

장기자랑도 마찬가지였다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는 아이들이 무대를 장악해서 음주가무에 무지한 사람들은 멀찌기서 그들이 하는 무대에 박수를 치곤했고 소풍무대에서 알려진 친구들은 단숨에 학교에서 스타가 되곤 했지만 그다지 내게는 관심이 없었다 특별히 기억나는 소풍은 없지만 그저 친한 친구 몇몇이 그늘에 앉아 수다를 떠는 정도 그리고 소풍을 다녀오고 나면 그 친구들과 더 가까워졌다는 느낌을 받는 것만로도 충분히 즐거웠던 소풍이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어디로 수학 여행을 가고 어디로 소풍을 가는지 알고 나니 참 다른 시대를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만의 세계에서는 이미 그런 놀이공원과 수목원 지역공원 등 같은 사람의 손으로 다져진 장소가 순수한 자연을 접하는 것보다 더 흥미로울 수 있고 안전하다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성장과정이 다르고 그러한 장소에 더 많은 관심과 흥미를 가졌던 환경에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제는 학교에서 산으로 들로 소풍가는 일은 드문 풍경이 되었다 지금도 가끔 김밥을 먹고 싶다 소풍에 대한 추억들을 되새기며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소풍의 그날을 먹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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