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by 김지숙 작가의 집

모자



사람들은 모자를 쓰고 산다

농사를 지을 때도 사람을 만날 때도

과일 파는 사람도 운동하는 사람도

우리는 대대로 모자를 써 왔다


남자들은 원유관 익선관 금관 제관

흑립 대패랭이 초립 삿갓 지삿갓 갈모

전립 탕건 원관 방건 정자관 상투관 주립

여자들은 너울 장옷 쓰개치마

전모 지삿갓 아얌 조바위 남바위 풍차

특별한 날에는 화관족두리 사모

백사모 백립 백전립 굴건 효건 수질 유건

고깔 승립 승라립


모자를 쓰면서 예를 지켰다고 여겼다

그래서인지 늘 모자를 쓰지 않는

특별한 날에는 허전한 마음 한구석에

바람이 인다



모자는 시대를 막론하고 힘이나 신분을 상징하는 수단이었다 생명의 능력이나 죽음을 식별하기도 하고 청춘과 노년을 조직의 충성과 시민의 권리를 상징하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의 초기 모자는 프리지어 노예들이 그리스와 로마에서 해방된 후 착용한 것으로 머리를 감싸고 모자에 챙을 달았다

중세 이후에 14세기 나타난 에냉 hennin모자는 오늘날 여성모자의 기본이 되었다 19세기에 이르러서는 챙 없는 큰 모자에 꽃이나 깃털을 장식하고 헬멧 같은 모자를 쓰면서 패션의 일부로 자리 잡기 시작한다

멋과 보온 패션의 연장으로 모자는 시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적잖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춥지 않더라도 여전히 모자를 쓴 경우에는 직업이나 지위 등을 드러내기 위해서 혹은 머리숱의 여부에 따라 혹은 운동을 위해 다양한 용도에 각자 나름의 적절한 이유를 들어 모자를 쓴다

언젠가부터 주변에 모자를 쓰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났다 주변 사람들이 나이를 먹어 간다는 뜻일까 굳이 등산이나 야외에 나가지 않아도 모임이나 행사에도 현란한 모자를 눌러쓰고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다 어울리거나 아니냐에 문제가 아니라 머리밑이 훤해서 나이가 들어서 얼굴을 드러내고 싶지 않고 주름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등 수많은 이유들이 존재한다

어디를 가나 모자를 챙긴다 특히 야외 활동을 할 때에는 챙이 넓은 모자를 꼭 챙긴다 그렇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고 눈이 부셔 활동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문득 왜 사람들은 모자를 쓸까 우리나라 사람들의 DNA에 모자를 반기는 요소들이 있지 않을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러고 보면 TV에 방영되는 사극에는 어떤 식으로든 모자를 쓰고 나온다 위치나 자리에 따라 각각 다른 모자를 쓰고 등장한다 가만히 보면 재미있다 모자의 민족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만큼 다양한 모자를 다양한 장소에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쓰고 나온다

모자가 그다지 어울리지 않고 모자 쓰기를 싫어하는 나로서는 야외 활동 외에는 모자를 쓰지 않는다 모자는 한번 쓰면 계속 써야 하고 모자 밑으로 일그러진 머리 형태는 모자를 벗어도 잘 살아나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모자 중에서도 가발 모자를 더 많이 더 자주 쓰는 것 같다 가격대에 따라서 천차만별이고 가발을 쓰고도 잘 표가 나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운 머리 손질을 한 것 같아 선호하는 듯 보인다

좀 더 표 나지 않은 모자를 선호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어가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과거 역사 속에서는 남자들의 모자가 더 많은 종류와 형태로 존재했지만 요즘은 쓰는 모자를 보면 젊은 이와 나이 든 사람과의 차이를 확실히 알 수 있을 만큼 유행에 차이가 난다 하지만 가발을 쓰는 것은 여자나 남자나 젊은이나 나이 든 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왠지 가발로 대부분의 모자들이 통일되어 간다 좋다 아니 다를 떠나서 가발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느껴진다 노령화가 될수록 가발인구는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쓴다는 것 거기서 얻는 안정감은 남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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