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한 때 아이였던 나는
아침 햇살처럼 눈을 뜨고
유리구슬처럼 통통
이 골목 저 골목을 뛰어다니며
과일나무 위를 다람쥐처럼 기어오르고
무지개가 떠오르는 산동네를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오르내리며
복숭아나무 꽃잎처럼 출렁이다가
시냇물처럼 조잘대다가
풀벌레 소리에 새소리에 귀기울이다가
하루를 온통 반짝이는 샘물속에 남겨두고
언덕길 넘어 가서 봄이 되고싶었던
그 아이 바로 나
봄이 오니 세상이 다시 눈이 부시다 겨울의 햇살도 이처럼 화사했던가 나무들이 생기를 찾고 새순들이 깨어나는 봄이 되나 새소리도 다르게 들린다 봄바람에 일렁이는 꽃잎들이 춤을 추는 것처럼 부드러운 몸놀림을 한다
길가의 제비꽃이 너무 예뻤다 추운 겨욻 보내고 이제 봄이라서 세상 구경 나왔나보다 지난 겨울 얼마나 목을 빼고 기다렸는지 꽃대만 쏘옥 올라와 있다 가까이 다가가서 고생했다고 말하고 왔다 바람도 햇살도 그들에게 그런 인사를 할까
아무리 작은 생명체라도 봄이 되면 여기저기서 얼굴 내밀고 봐달라고 혹은 나 살아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봄길을 걷는 것은 정말 즐겁다 낯선 길이지만 낯선 풍경과 식물들이 있어 더 걷고 싶어진다 늘 가던 길도 새롭게 피어나는 식물이 있다면 흥미롭겠지만 한번도 가지 않은 길을 걷는 재미만큼은 못된다
그래서 늘 낯선 곳을 찾아 방황하는지도 모른다 맑은 물이 흐르고 물고기를 잡으려고 투망을 하는 사람들을 봤다 아주 작은 물고기들이 멸치떼들이 모여들던 그곳에서 잡히나 보다 열심히 투망질을 하고 바구니에 잡은 물고기를 터는 모습들을 멀리서 바라보면서 봄이구나 그러니까 물속도 마다않고 들어가서는 젛=렇게 물고기를 잡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문득 봄이 오니 내가 아이였던 적이 떠오르고 난 어떤 아이였으며 스스로 어딴 아이이기를 자처했는지도 어렴풋이 생각난다 자신이 어린시절 원하는 모습대로 어른이 되는 아이는 몇이나 될까 어쩌면 그런 어른이 되라라는 생각조차도 못하고 어른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지나고 보면 어린 시절을 참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얼마나 빛 났는지 얼마나 따뜻했는지 자신만 모르고 어른이 되어 버린 그리고 나이가 들어버린 것 같다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모르는 것 처럼 강아지가 병아리가 다들 자신의 어린 시절이 얼마나 예뻤던지를 모르고 어른이 되어 버린 것처럼 그랬다 지나고 보니 나도 아이였던 내가 그랬다 오래전 아이였던 나에게 지금의 내가 격려를 보낸다 잘 살아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