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의 소리

by 김지숙 작가의 집

우연의 소리



새벽에 들리는 좀 다른 소리

좀 특별한 검은 어둠 하나

나뭇잎 사이에서 서둘러 일어나

주먹진 시간들이 물처럼 흐른다

여명이 사방 가득 철철 넘치면

어느덧 자욱하던 밤은

멀리 사라지고 다시 한번

포개어진 잠들이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입기 시작한다


세상에 우연한 노래는 없다

모두 제각각의 자리에서

가슴 치는 청춘을 쓸어 담아

무심한 듯 말없이 후려친다

운명인 듯 사랑인 듯

늘 듣고 싶은 소리로 다가와

늑골 마디마다 정밀하게 새긴다




그저 그뿐이다 어떤 말로도 설명되지 않는 새벽의 소리는 아무 말은 없다 늘 있는 일이지만 아침을 맞는다 마치 처음 맞는 하루처럼 봄이 되자 세상은 새로 잠이 갠다 나의 품으로 안겨드는 태양을 바라보며 늘 새로운 날에 대한 꿈을 꾼다

새벽 4시면 열리는 아랫집 현관문소리가 들리고 공사현장으로 가는지 산으로 가는지 알 수 없는 발소리가 들린다 만약 산으로 간다면 산으로 가는 사람의 그 발걸음에는 무엇이 담겼을까 굳이 산으로 가지 않아도 창밖에서 말간 얼굴로 일어나고 지는 해를 대하며 사는 삶이 얼마나 감사한지도 깨닫는다

새벽안갯속, 어둠과 빛을 교환하는 자리에서 신은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아가기를 바랐을까 어둠을 덜어내고 빛을 내어주는 이유는 짧고 짧은 일생 동안 하루를 당당하게 움츠리지 않고 자신이 가진 것에 집중하며 언제나 충실하 살아가기를 바라는 선물일까

동해에 떠 있는 고기잡이 배의 정막함에는 무엇이 담겼을까 물고기만 담겼을까 어둠을 쏟고 빛을 담았을까 세상의 중심이 되는 적막을 담았을까 새벽이면 만선한 배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남은 별만 서너 개 그 자리에서 빛이 난다

우연한 소리는 없다 모두들 제자리에서 가슴 깊이 울려 퍼지는 삶이 내는 소리가 있을 뿐이다 꾸역꾸역 인정하는 두귀가 새벽잠을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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