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인 시첩

고마워라 봄산

by 김지숙 작가의 집


고마워라 봄산




사방을 둘러봐도 산이다

때가 되면 해 달 별 어둠이 찾아들고

산이 품은 새 꽃 나무 풀잎 나물을 내어주는

산촌 마을에 인사 하고

종일 봐도 허물 없는 몸에서

하루가 씻겨내린다


밤새 모인 어둠 단숨에 걷고

가장 멀리 있던 햇살 소복하게

가져다 놓은 산등성이

바지런히 9부 능선 넘은 초록 감싸안고

하늘 턱밑까지 오르면

봄은 온몸으로 술렁이며 걸어온 길 보듬고

어느새 산마루에 섰다






사방 천지가 봄산인 마을에 산다 여름이 가까울수록 바다에서 해가떠오르지만 겨울이나 초봄이면 비껴 선 산봉우리에서 해가 솟고 높은 산줄기들이 여러겹으로 겹쳐진 멀고 가까운 산 사이로 해가 진다 어디를 봐도 산인 마을 강원도라 그런가 그렇다고 산을 타지는 않는다 이곳 산에는 사람들이 잘 들어가지 않아서 대체로 자연 그대로의 울울창창한, 길이 나지 않는 숲이 대부분이다 나무가 쓰러지면 지는대로 현지인들도 산에 잘 들어가지 않고 산이야기도 하지 않고 그저 관광지에서 관광객을 맞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도시에 살 때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고라니나 다람쥐 새들을 쉽게 볼 수 있고 날이 풀리면서 새들의 다양한 노래소리에 아침을 시작한다 문을 열면 나무들이 흔들리며 내는 향기와 바람소리가 다양하다 바람이 센 날은 마치 자동차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강원도는 산불이 자주 나서 숲 가운데 살면서 가끔 산불소식에 불안하기는 하다

하지만 봄산이 주는 아름다움은 이러한 염려와 걱정을 송두리째 날린다 산의 깊은 속을 매일 들여다 보는 기쁨을 어디에다 비할 수 있을까 굳이 니들이를 하지 않아도 진달래가 피고 살구꽃 그늘에서 찔레꽃이 피는 풍경들을 볼 수 있다.

땅두릅 참두릅이 지천이라도 아무도 캐 먹는 사람이 없는 곳, 죽은 나무가지에는 목이버섯 상황버섯이 줄비하고 조금만 손내밀면 그 손 닿는 곳에 원추리 쑥 민들레 개망초 명이나물 방풍나물 뽕잎나물 통통한 찔레순 진달래꽃들이 바로 밥상으로 올라와 술이 되고 반찬이 되는 곳 그런 숲이 내려다 보이는 집에 산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지금도 여전히 선물보따리를 받아 가진 기분이다

고마워라 봄산 오늘따라 공기가 좋고 먼선 봄꽃들로 산이 더 화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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