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

by 김지숙 작가의 집

김정기



프로이트에 따르면 인간은 에로스에 해당하는 ‘살고 싶다’는 생각과 타나토스에 해당하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면서 살아간다. 생명을 유지하고 발전하면서 친밀하고 신체적 접촉을 하는 가운데 개인적인 창조성을 획득하는 에로스에 이끌려 살아가지만 생명체를 무생물체로 환원하려는 본능과 이 본능으로 자신을 파괴하고 자학하며 환경을 파괴하려는 공격성을 지니는 타나토스의 영향으로 죽음으로 향해 달려간다는 의미이다




쇠침대에 누워서 바다를 본다

바다는 술렁이며 몸에 와 잠긴다

초록색 긴 칼은 망념의 첫 밤을 다시 베어내며

흰색 홑이불 속에 안온한 주검을 깨운다

간호사 마리아는 찬 손으로 뱃고동을 울리고

바다는 아주 조금 흔들린다

막혔던 기도가 안으로 울리니

모진 말들이 사라의 너울을 쓰고

십오 분 뱃길은 길고도 짧다

다른 사람들만 빠지는 줄 알았던

기계로 지어진 바다는 내가 버렸던 벌판이다.

왼쪽 가슴에 닿았던 칼날을 거두고

반짝 구두를 신으면 땅은 다시 꽃을 피워

휘청거리는 몸을 받아준다 닷새 걸려 외운

방사선 치료실 영문 표기판이 꿈을 꾼다

-김정기「십오분 뱃길」 전문



인간의 의식은 감각 지각 경험 등으로 인식한다 프로이트는 의식이 정신생활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고 순간순간에는 기억을 하지 못하지만 전의식을 활용하면 기억할 수 있으며 더 노력한다면 인식하는 범주 내에서 불러들일 수 있는 경험을 말한다 나아가 소망 공포 억압된 기억과 같은 무의식이 인간 행동을 결정한다고 봤다

김정기의 시「십오분 뱃길」에서 화자는 수술 직후 마취에서 깨어나면서 삶과 죽음을 오가는 생명 연장의 상황에서 자신의 현재 상황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과정에서 고통을 수용하는 면을 보인다. 섬망 현상으로 보이는 의식이 흐려지고 주의력이 떨어지면서 생생한 환각 초조함 떨림 등이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을 표현한다

인간의 마음은 몸에서 주변 환경까지 다양한 형태로 작용한다. 그래서 자신이 고통을 겪을 때 그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이며, 왜 고통을 받는지 자신의 본성을 통해 스스로 깨닫고 조절하는데서 가능하다. 따라서 인간의 마음은 끊임없이 유기체와 환경 간의 상호작용에 기인되어 변화한다

이러한 상태는 일시적인 상태이므로 어떤 형식으로든 혼돈의 증세를 불러들인다 시간과 장소 사람에 대한 정확한 인식의 기복을 드러내며 환각 환시 같은 지각의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화자는 이 현상을 겪으면서 의식이 일어나는 매 순간들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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