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현
6·25 전쟁은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경 암호명 '폭풍 224'에 따라 북위 38도선 전역에 걸쳐 기습남침하여 발발한 전쟁으로 국제전으로 격화되었다 1953년 7월 27일 정전 협정이 체결되기 전까지 3년 1개월 간 교전 했으며 73년 간 끝나지 않은 명목상 휴전상태에 있지만 양측의 국민들에게는 전쟁 중이라 인식하는 이들은 드물다
밭둑 넘어 야산 비탈에 있던 자그마한 무덤하나
봄이 오고 가을이 가도 찾아오는 이 없는
눈이라도 내리면 흔적조차도 찾을 수 없는 작은 무덤하나
세월에 헐벗은 온통 황토색의 무덤
부상당한 몸 이끌고 산골 동네로 겨우 찾아 들어온 후퇴하던 어린 인민군 병사
외딴집 아낙네 군대 가 소식 없는 아들인양
먹을 것 앞에 놓아주어도
동네 어구 둥구나무 밑에 쓰러져 서산에 해질녁
쓸쓸하게 눈을 감았다.
퇴색된 군복에 진한 땀냄새만 남아 있었다
⌜중략⌟
반세기도 더 훌쩍 흘러간 세월
마음 한구석 아직도 자리 잡고 있는
주인 없는 작은 무덤
나이 어린 인민군 병사
-정두현 「어린 병사의 무덤」 전문
전쟁의 명칭은 일반적으로 발생장소를 공식명칭으로 사용하는 반면 6.25 전쟁은 발발날짜가 전쟁의 명칭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요즘 들어 한국전쟁 6.25 전쟁으로 쓰고 있다 한국전쟁은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 후유증을 겪고 있으며 행위라는 입장에서 볼 때, 전쟁은 끝이 났지만 분단과 적대라는 입장에서 보면 전쟁 상황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임동춘 2000)
전쟁이란 단순한 정치 행위에서 나아가 정치적 수단이며 정치적 의도를 따르는 것이다. 푸코 역시 ‘정치를 전쟁의 연장’으로 보고 국가권력 지배방식은 전쟁과정에서 만들어지며 모든 사회에는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입장이다
정두현의 시「어린 병사의 무덤」에서 화자는 어린 인민군의 삶과 죽음의 무턱을 오가며 죽음에 이른 기억을 되새긴다. 원하지 않은 장소에서 갖은 고생을 다한 어린 인민 병사의 죽음에 가슴 아파한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괴로워하는 능력을 상실하고 삶에 무관심하다면 이미 선을 선택할 희망은 없다(Erich Fromm 1996)
어린 나이에 징집되어 죽음이 뭔지도 모르고 죽어간 어린 병사의 죽음은 국군이든 인민군이든 무관하게 철없는 아이라는 생각만으로도 슬퍼진다 어떤 방식으로든 인정받지도 못하고 보상조차 없던 참전 소년병들의 넋을 기리며 그들을 기억하고 의미를 되새기는 문제는 남쪽 북쪽의 문제라기보다는 소년병들의 위국헌신에 대한 문제로 새겨야 한다
화자의 감정상태는 삶의 주체가 전쟁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내포된 채 애도의 방향으로 이동하며 슬픔에 놓인다 인민 소년병은 타지에서 가족과 떨어져서 얼마나 무서웠을 것이며 총을 다루는 방법이나 제대로 익히고 투입되었는지 얼마나 울었을지 자신을 제대로 지키기나 했을지 어린 병사들의 고통을 애잔해하는 화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