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석

by 김지숙 작가의 집

정연석


존 앨런 리 John Alan Lee는 6가지 사랑의 양식에 대한 유형론을 언급한다 이는 열정 관능신체적 매력에 중심을 두는 에로스 Eros, 재미위주의 사랑 루두스 Ludus, 우정이 토대가 된 안정적인 사랑을 의미하는 스토르게 Storge,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사랑관계를 중요시하는 프레그마 Pragma, 소유하고 의존적인 사랑이며 반복적으로 확인하려는 집착을 보이는 마니아 Mania, 이타적이고 희생적인 아가페 Agape가 있다






불이란 불 다 켜놓고

절대문 활짝 열어놓고

돌계단 층층이

봉숭아꽃분에 심어 놓고

접의자 나란히 펴 놓고

몇 번이고 끌어다 곁에 앉혀 놓는

너는 누구니

-정연석 「그리움이 깊어서인지」 전문




존 앨런 리 John Alan Lee의 사랑의 6가지 유형 가운데 위의 시에서는 모든 것을 내어주고 자비로우며 헌신적인 타인이 중심이 되는 상대를 위해 가꺼이 희생하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유형이 나타난다 그렇다고 '불'이라는 '불'을 다 켜놓은 점에서는 에로스적인 사랑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돌계단에 봉숭아꽃을 심어두는 정성과 접의자를 펴놓는 정성들을 본다면 그 사랑은 친밀감을 가지기 위해 열정적이고 헌신하는 스턴버그의 사랑의 3요소도 드러나게 된다

불교에서는 인간의 욕망을 선욕과 갈애로 나누어서 생각한다.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욕망을 선욕(chanda)이라 하고, 생존이나 생활을 위해 필요한 욕망이 아닌 그 이상의 지나친 욕망을 갈애(kama tanha)라 한다. 갈애란 감각적 대상에 대한 순간적 욕망이나 갈망을 뜻한다.

정연석의 시「그리움이 깊어서인지」에서는 깊은 그리움에서 오는 갈애가 나타난다. 시에서 갈애는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화자가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존재인 ‘너’이다. 이 갈애는 사라지지 않고 화자가 바라는 존재로 화자의 괴로움의 원천적인 대상이 된다. 따라서 이러한 욕망은 지나칠 경우 그릇된 판단을 불러오기도 하고 괴로움을 오히려 즐기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얼마나 사랑하는지의 마음이 '불' 연분홍꽃을 피우는 '봉숭아꽃분'에서 화자의 그 마음을 읽을 수 있고 '몇 번이나' 끌어다가 곁에 앉혀 놓은 반복된 행위를 통해서 실제로 곁에 있는지 없는지에는 무관하게 그에 대한 깊은 사랑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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