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성
프롬에 따르면 소외는 스스로를 따돌림당한 사람으로 느끼는 경험 양식이다 소외된 인간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멀어져 있듯이 자기 자신으로부터도 떨어져 있다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지각과 양식을 갖고 사물을 경험하는 바로 그대로 경험하지만 자기 자신과 외부세계를 생산적으로 연결시키지는 못한다
인간에게 가장 절실한 욕구는 따돌림의 상태를 극복해 고독이라는 감옥을 떠나려는 욕구이다. 이는 모든 시대 모든 문화의 인간은 동일한 문제, 곧 어떻게 따돌림의 상태를 극복하는가, 어떻게 자신의 개체적 생명을 초월해서 상대와 합일을 찾아내는가라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박찬국 2001)
눈물은 사치다
사치기 사치기 사포포
중얼거리며 창문을 열어보지만
씨발
싸라기 눈만 날리고
국냄비가 끓고 압력밥솥이 딸랑거리고
세탁기가 드르륵드르륵 못된 것들이
내 마음의 문을 열어보려고 자꾸만 시끄럽게
슬픔도 모르는 것들이
-조길성 「사치기 사치기 사포포」 전문
사람마다 비중은 다를지라도 기쁨과 슬픔을 경험하며 살아간다.(Irwin Dorsey 1965) 살아가면서 맞게 되는 비애나 고통은 인격적 성장 과정에서 피할 수 없으며 또한 때로는 필요한 감정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감정에서 자신을 보호하려는 생각보다는 직면하는 지혜가 더 필요할지 모른다.
인류는 인류 전체의 필요를 충족시키고도 남을 만큼의 많은 양을 생산하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아사와 과로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자신이 생산하고 선택할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노동의 결과로 생산된 물질로부터 분리되고 이로써 그 물질들로부터 소외 alienation 되었다
조길성의 시「사치기 사치기 사포포」에서는 자신의 슬픈 마음을 몰라주는 주변 상황에 대한 푸념을 언급한다 결과적으로 고독 소외 불안감 죄책감으로 스스로 괴로워한다. 고독을 분명히 정의 내리기는 쉽지 않으나 고독은 사회적 관계부족에서 오며, 걱정을 유발하는 감정이지만 자기반성과 휴식 회복의 시간 민감성 인간성을 확대하는 순기능도 생각할 수 있다.(Larson R. Csikszentmihalyi, Graef, 1982)
화자는 창문을 열면 싸라기눈이 내리고 국냄비 압력밥솥 세탁기 등이 돌아가는 소란한 삶을 살아가는 환경을 보여준다 이러한 소란함은 화자의 현재 상황을 표현한 주관적 심리적인 감정을 대변하는 모습일 수 있다
현대인은 다양한 방면에서 소외되고 있다 개인 동료 사회 자연뿐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부터 소외된 체 살아간다 어쩌면 자신이 소외된 사실조차도 알지 못하고 물질적 정신적 활동으로 만들어진 피조물에 의하여 도리어 지배당하거나 본질을 상실당하면서 자신의 행위에 대한 무력감을 인지하면서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시먼(Melvin Seeman의 말처럼 개인의 행동으로 보상을 조절하기 어려운 데서 오는 무력감, 삶에 대한 전반적인 목적 상실을 의미하는 무의미성, 목표달성을 위해 용인되지 않은 수단이 동원되는 것 사회적 통용가치에 대한 거부감, 스스로 에 대한 괴리감, 사회관계에서 느끼는 고독감 등을 들어 소외에 대하 언급한다 시의 화자는 현대사회 속에서 개인이 가지는 기대감과 그에 따른 보상의 괴리를 드러내는 소외를 느끼는 말로 표현된 '씨발'이라는 욕 한마디를 남기면서 자신의 무기력감과 무의미성에 시달리는 소외를 알아주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