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노유선·최진연
서론 노유선·최진연
몸은 사회적 통제를 받지만 의사를 소통하거나 공존하는 수단이 된다. 또한 몸은 영적 육적 속성을 지니며, 오감을 승화시켜 몸의 소중함을 깨닫기도 한다. 하지만 몸을 ‘혼의 감옥’이라고 한 플라톤은 이분법적 사유를 기반으로 존재의 우선을 사유에 둔다.
반면, 영혼이란 몸의 한 면을 말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니체의 고백은 이성 중심 철학에 비판을 가한다. 몸은 각인과 더불어 형성된 의미로 대상을 파악하는데 이는 세계를 살아가는 존재로서 몸에 대한 인식이 욕망의 주체가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M. Merleau-Ponty)
시의 화두는 아비투스(habitus)이다. 공간 경험이 몸에 내면화된 것을 일컫는 아비투스는 몸의 기억, 습관, 실천 등 몸에 각인된 내재적 법칙을 사회 역사적 관계 속에서 총제적으로 개념화한 것을 말한다.((Bourdieu,1992)
또 몸의 사회적 관계 이전의 공간적 의미도 이에 내포된다(Casey, 2001) 특정한 공간에서 경험을 공유한 인간 간의 관계를 전제하며, 상호작용하는 사회적 관계의 특수한 집합에서 형성되므로, 몸의 공간적 의미는 늘 존재한다. 본고에서는 사랑, 空, 내면, 육체로 나누어 내면화된 몸의 공간, 아비투수에 관해언급하고자 한다.
그대와 함께 가는 길
나는 그대의 뿌리가 되고
그대는 나의 뿌리가 되어
태풍이 와도 손 놓지 않고
함께 가는 길
⌜중략⌟
가을 햇빛에 부서지는 길이어라
-노유선, 「삼나무 숲길」 일부
사랑하는 자매님, 그대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백두산 정상에서 만주벌판을 향해 핀
노란 바람꽃을 연상했다오
어쩌면 그 꽃보다 노란 학질 알약 같은
바람의 무수한 자국들이 포개져 뭉개진 듯이
검푸른 멍으로 뒤덮인 어둠의 얼굴과
쫓기는 사슴의 불안을 나부끼는 눈빛을 볼 때
세상을 향한 절망과 분노로 번쩍이는 눈물이 났소
만주벌판을 건너온 그 높은 산정의 세찬바람처럼
세찬 가난의 강풍에 난타당해 온 세월에
숨이 금방 멎을 듯이 주먹으로 가슴을 치면서
입을 벌린 채 헉헉거리던 그대 모습이
화창한 봄날 같은 평안의 내에게는 충격이었소
남매를 키우느라 홀로 감당해 온 고통
⌜중략⌟
이제는 환희로 저 바람꽃처럼 나부끼게 될 꽃들
그대가 품고 살게 된 그 생명의 원천이 피워낼
저 바람꽃처럼 환희로 나부끼게 될 그대
-최진연, 「바람꽃」 일부
원융무애(圓融無碍)란 모든 이치가 하나로 융화된다는 의미로 모든 존재의 근원적 모습은 편벽 없이 융화되고 서로에게 장애 되지 않으며 차별성은 지니되, 본성은 평등하다는 입장이다 원만하게 두루 융섭 하여 서로 의존하고 있다는 연기의 의미를 가지며 무애는 치우침이나 편견 없이 서로 통해 완전한 일치 내지 조화를 뜻하는 중도의 의미를 내포한다
노유선의「삼나무 숲길」의 화자와 ‘그대’는 서로에게 뿌리가 되며 늘 함께 가기를 원한다. 시에서 그들이 경험한 특정한 공간은 서로의 몸이다. 몸은 생래적으로 공간과 함께 존재한다. 그래서 서로의 몸은 상호 작용하고 순환, 교호 하며 상보적으로 나아가 서로의 몸이 지닌 참다운 가치를 터득한다.
상호 간의 몸을 돕고 생성하는 동시에, 각자의 삶을 영위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거쳐 재생산하면서 절대적 존재로 남는다. 몸은 규범 법규 재현 등으로 구성되고, 질서의 표상이 되지만 정신과 육체, 이성과 감성을 구분하는 몸에 대한 인식이 변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다.
최진연의 시「바람꽃」의 화자는 바람꽃을 보며 ‘자매’로 부르는 어떤 여인을 연상한다. 칼자국과 멍으로 덮인 세파에 시달린 여인은 욕망이나 美로 치장된 몸이 아니라 안쓰러움을 자아내는 모성으로 향해 있으며, 나아가 분노, 고난을 긍정적으로 다스리고 헌신, 희생의 생명체 몸에 공간적 의미를 더해 더욱 새로운 방식의 모성성에 접근한다
시에서 화자의 시선 안에서 '자매님'은 이러한 모성성을 지닌 채 모든 이치가 융화된 무애의 삶을 살아낸 '장한 어머니'로 인식된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인생도 눈부신 꽃으로 피어나리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