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빈·박경희·양준호
물이 지닌 고유한 특성으로 영속성 초월성 무의식의 상징으로 그 의미를 갖는다 이는 창조 정화 재탄생 생명 등으로 그 상징적 의미 유형을 대개 나눌 수 있다 집단적 무의식속에서 물은 창조를 뜻하는데 이는 탕조과정에 대한 기억을 뜻하기도 하며 자아의 탄생을 의미한다 정화는 영성의 회복 치유를, 재탄생을 상징하는 물은 죽음을 혹은 바닷물과 비슷한 성분의 양수 등을 의미한다
아무리 같은 성분의 물이라 하더라도 그 물이 어디서 어떤 형태로 유지하느냐에 따라서 그 상징성은 달라진다 샘물과 연못 바닷물 강물이 지니는 상징적 의미는 달라진다 또한 종교적 의미속에서 물은 가톨릭의 포도주는 에수의피를 의미하며 세례식에서 물은 죄와 원죄를 씻어내는 의미를 상징하며 불교에서 물은 생명수 혹은 물속에 핀 연꽃으로 표현되며 샤먼의 세게에서 물은 신과 자신을 잇는 연결매개로 상징된다
뿐 아니라 물은 우리의 생활과 생명과도 직결된다 물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을 만큼 일상에서 물의 중요성은 특별히 언급하지 않아도 될만큼 증명된다
러시아워를 피해 지하철 출구를 빠져나오는
미련한 여자의 입 안은
흙탕물이 고여 있다.
⌜중략⌟
어금니 심은 여자
두 시간 동안 미소를 지워야 한다
누구나 같은 처방전을 들고
미소 약국으로 간다
딩동, 스마트폰에
긴장을 외면한 난수표
미소가 오만하다
-김해빈 「미소약국」일부
달디 단 몸속에 꽃을 감추고
보여주지 않는 열매, 여인
욕망은 그렇게 깊이 묻혀서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몸을 쪼개야 맛볼 수 있는
극치의 쾌락
⌜중략⌟
뜨겁게 품은 애욕이
쪼개져 꽃피울 때
그 이름 아름다운
무화과 여인
-박경희, 「무화과 여인」일부
얼음 속에서 나는 비로소 이상적인 누드를 꿈꿀 수 있다.
멸치 떼가 남기고 간 눈물빛 하늘 속
나는 어떻게 표정을 지울 것인가
⌜중략⌟
무한대의
어머니
문득
지구를 가리키는 거대한
새의 그림자
소스라치듯
나의 바다는 깃털의 눈을 뜬다
-양준호 「바다는 직선 멸치의 눈망울 몰아온다」일부
이사도라 던컨이 몸의 아름다움으로 생명성을 표현하자 몸을 대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다. 몸이 자본이 되는 새로운 인식으로 욕망을 더하고 그 욕망에 자본이 더하면서 새로운 정체성이 조작된다. 유행을 만들고 끊임없이 변하는 몸은 욕망을 위해 통제되고 억압당한다.
김해빈의 시 「미소약국」에서 화자는 외모를 위해 치아성형을 한 여자를 지하철에서 만난다. ‘미련한’ ‘흙탕물’ ‘주술’ ‘난수표’ ‘오만’ 등과 같은 부정적 어휘가 나타난다. 정형화된 몸 가꾸기로 내면을 버리고 외면을 중시하는 오만함을 염려한다. 한편, 남근 중심주의적 진리는 여성을 지배하기 위한 허구로, 여성의 몸 구조와 지각 방식이 남성의 그것과 다르다.(뤼즈 이리가레, 1997)
여성의 몸은 남성 우월주의적 관점에서 성적 대상으로 여겨지며, 이는 오늘날 여성이 처한 현실이기도 하다. 박경희의 「무화과 여인」에서 화자는 붉은 무화과를 숨겨둔 욕망이 가득한 여인의 몸에 비유한다. 드러내지 않지만 반으로 가른 후에 욕망의 극치를 드러낸한다. 여성의 몸을 욕망의 덩이로 애욕을 숨김없이 발산한다. 한편, 하이데거의 말처럼 무상함의 시간적 틈들을 일시에 끌어 모으면서 은폐된 존재가 드러난다.
몸은 아름답고 신비롭지만 때로는 현실적 환각, 환상과도 어울려 본래의 모습을 찾기도 한다. 양준호의 시 「바다는 직선 멸치의 눈망울 몰아온다」에서는 ‘바다’의 거대 공간을 배경으로 멸치, 화자, 臣, 낙타, 유리컵, 고래, 어머니, 새, 깃털 등 자유분방하면서도 계연성없이 연상된 숨어있던 어휘들이 미사려구를 버린 채 일시에 나타나 자연스럽게 언어의 누드화를 이룬다. 하지만 여전히 표출되는 시에서 몸의 공간은 ‘바다’ ‘달’ ‘어머니’ 등에서는 공통적으로 여성의 몸이라는 원형성을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