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
얼마나 배고팠으면
저 징그러운 몸뚱이를
처음 입에 넣었을까
온몸으로 저항하는
저 꿈틀대는 몸짓들에
붉은 침 흘리며
입에 넣은 저 사람은
몇 날을 굶은 걸까.
내가 이 시를 쓰게 된 계기는 개불을 횟감으로 다루기 전의 모습을 보면서 징그러운 그 모습에 기암을 하면서였다 횟감이 되어 접시에 올라와도 식욕을 떨어뜨리기에는 충분하다
거대한 바다지렁이처럼 생겼고, 개의 생식기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
암튼 개불을 처음 본 것은 꽤 오래 전의 일이다 바다회를 좋아하는지라 낚시하러 통영에 가서 허탕 치면 중앙시장에 들러 회를 사 먹었다 거기서 맛보라면서 시식용으로 한 마리를 넣어준 처음 본 개불을 보고 징그럽기만 했다
왜 그럴까 나만 유독 왜 이러는 거지 생각했다 불현듯 어릴 적 생각이 났다 어리 적 우리 집에는 마당이 넓었고 꽃을 키우느라 수도를 마당 한편에 두었다 아이들은 이 수돗물을 좋아했는데 골목에서 뛰어놀다가 놀다가도 목이 마르면 우리 집으로 달려와서는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한참을 물을 먹고는 다시 놀곤 했다 다른 집들은 두레박으로 우물을 떠서 먹으니 좀 더 빨리 물을 먹으려면 큰길에서 제일 첫 집이라 놀다가 들러는 우리 집 문턱은 늘 바빴다 나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그날은 나도 그렇게 아이들처럼 입대고 수돗물을 한번 먹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수도꼭지의 물을 트는데, 거기서 거대한 지렁이가 쏟아졌다 나는 기겁을 하고 뒤로 나뒹굴었다 아마도 전날 내린 비가 그치자 낮은 수도꼭지에 지렁이들이 기어들어갔나 보다
그날이 후로 나는 절대로 수도꼭지에 입을 들이대지 않는다 이후, 학교에 들어가고 체육 시간에 아이들이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물을 먹곤 했다 하지만 누가 시킨 적도 없지만 7살 내 인생 이 만든 철칙이 지금까지 이어진다 수도꼭지에서 나온 물은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입대고 바로 먹지 않는다 네버 아니 수돗물은 바로 먹지 않는다
개불을 보면서 바로 눈앞에서 기어 나오던 그 징그러운 지렁이가 생각났다 난 지금도 개불은 그 대본 지렁이 크기만큼 여전히 징그럽다 식욕이 온통 다 사라져 절대로 입에 올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