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 국밥
오일장터 길목에서 만나는 국밥은
장터의 힘받이다.
긴 겨울 갓 떠나보낸
풀무더기처럼 촘촘하고 느리게
들러붙어 앉은 난전 상인의,
언 입을 향해 정갈한 얼굴로 돌진하는
소고기 국밥 한 그릇.
반찬이라고는 작은 접시에 봄동 겉절이
그 귀퉁머리에 다진 새우젓 딱 한 젓가락,
고두로 꾹꾹 눌러 담은
넉넉한 인심 닮은 흰쌀밥 한 그릇이 전부다.
어떤 이는 땅바닥이 밥상이고
때로는 어물전, 난전 할매는 주름진 굽은 손이 밥상이다
먹고 힘내라는,
먹고 힘이 나는 무진장터국밥
한 그릇은 봄날 맨 처음 피는 고명꽃이다.
무진장 봄날 혜월당 부크크
이 시는 『무진장 봄날』에서 가져왔다
한때는 '무진장'이라는 말에 꽂혔다 무엇을 해도 '무진장'이 머릿속을 맴돌던 때였다 장구경을 좋아하는 친구랑 5일장 구경을 나섰다 사람이 많은 곳은 마음이 허할 때나 찾는 곳인데 친구의 성화에 못 이겨 곧잘 함께 돌아다니곤 했다
그렇게 자주 찾은 곳이 구포장 언양장 김해의 회현장이었다 양산의 남부장에도 이맘때면 단감이며 대봉감을 손에 들고 팔러 나온 노인들이 길가에 줄지어 앉아서 팔곤 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조금의 물건을 들고 왜 나오나 싶었는데 그들도 물건 파는 것도 파는 거지만 사람 구경을 하러 온다는 걸 알았다
한 번은 구순 노인의 허리도 못 펴는 노인이 한 줌 거리밖에 안 되는 풀이 다 죽은 부추를 몇 군데 펴 놓고 팔길래 빨리 팔고 집으로 들어가시라고 떨이로 다 사겠다고 하니 굳이 하나만 사고 그냥 가란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아침나절인데 벌써 떨이를 하면 나도 앉아서 장구경도 못하고 다 팔고 나면 일찍 집에 가야 하지 않냐면서 볼멘소리를 한다
조금 가져온 나물거리로 팔아서 점심을 사 먹는 할매를 보면서 장터에 나들이 나온 그 마음은 내 마음과 다르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 시에는 오일장 점심시간을 보면서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발을 담고 그들처럼 밥을 먹어봐야만 그 마음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점을 담았다
'무진장 장터국밥집'은 내가 지어다 붙인 구포장의 노천 국밥집 이름이다
장터에서는 어느 삶이든 너무 단단하여 이미 풍경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