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화

by 김지숙 작가의 집

이혜화



'세상만사 마음먹기 달렸다'는 말도 있고 '갈 적 마음과 올 적 마음이 다르다' '마음이 지척이면 천리도 지척이다' '마음처럼 간사한 것은 없다'는 등 마음과 관련된 수많은 속담과 (\마음을 함께 하는 말을 그 냄새가 난초와 같다 심지언기취여란同心之言其臭如蘭 마음과 힘을 합친다는 동심동력同心同力 백성마다 제각각 마음이 다르다는 의미의 억만지심億萬之心 물속 깊이는 알아도 사람마음속은 알기 어렵다는 측심매인심測水深昧人心 등의 사자성어들이 있다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미래가 걸려 있다 마음을 다스리기란 쉽지 않고 수행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사람의 마음은 내부로 향하기보다는 외부로 향할 때에 더욱 혼란스럽고 힘들어진다

이러한 마음을 가만히 지켜볼 수 있는 노력을 한다면 자신의 감정 상태가 점점 변화하는 모습을 느끼게 된다 그냥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는 노력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의 상태를 갹관화하여 마음이 강물처럼 분수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는 상태 그 자체를 숨죽여 관찰하는 가운데 어느새 고요한 호수처럼 변하는 마음상태를 가징 수 있게 된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삐~소리가 나면 메시지를 남기세요.

오늘은 기분 망가져 우울하고 목소리 너무 낮아

전염의 우려가 있어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조막만한 이 기계로 갖가지 show를 하라네요.

마음을 찍는 전화가 나온다는 소문도 있어요.

목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찍히는 전화

이제 얼굴을 고치는 병원은 문을 닫고

마음을 다듬는 병원을 개업하세요.

보나마나 대박이야요.

-이혜화, 「메시지를 남기세요」



이혜화의 시 「메세지를 남기세요」에서 시의 화자는 기분이 망가져서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전화를 받지 않는 비언어적 행위는 다름 아닌 바로 자신의 기분이 망가졌다는 심리 상태를 보다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시적 장치로 사용한다. 시에서 화자는 어떤 내용이든 목소리의 톤이 그 목소리가 낮을 때에는 상대와의 대화는 불통하게 된다.

그래서 화자의 목소리는 상대에게 전달되기를 꺼리게 되고 상호 관계는 관련성을 잃어버린다. 화자는 이러한 비언어적 표현으로 회피 상황을 강화하는 기능을 지닌다. 또한 화자의 의지대로 접촉이나 대화를 유지하려는 의지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 시에서 화자는 늘 접하는 핸드폰을 보면서 몽환의 세계로 빠져든다. 그리고 만능의 스마트 폰에 자신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으로 해결책을 넣어 본다. CD루이스에 따르면 시인은 사물을 응시하는 과정에서 시적 능력을 기른다고 했던가. 인간인 이상 살다보면 본의든 아니든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도, 또 상대에게서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리고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상처도 있다. 또 상처를 준 사람은 쉽게 잊지만 상처를 받은 사람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상처를 극복하면 훈장이 된다고도 한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이다. 그래서 시의 화자는 우울한 날에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자신의 우울한 마음이 상대에게 전염될까 우려해서이다. 이는 상대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때로는 상처가 되리라는 마음이며, 배려한 상대에게 자신이 겪은 상처를 나누지 않겠다는 의지이다.

그리고 또 ‘마음을 다듬는 병원’을 개업하라고 한다. 대박이 날 것이라고 화자의 메시지처럼 상대의 마음을 읽고 사랑하고 배려하는 관계가 형성된다면 상처는 최소한으로 적게 주게 되고, 받은 이상으로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자신의 다양한 감정에 휩싸이고 그것에서 쉽게 벗어나기 위해서 발버둥 치더라도 그 상황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그 마음의 원인을 알아내고 그 마음을 다스리는 노력을 한다면 차라리 변덕스러운 마음의 실체에 끄달리지 않고 맞이하고 바라보고 떠나보내는 과정을 연습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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