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본다
소나무 치밀한 머릿속까지
모조리 흔들어 버리고
기어이 튼실한 가지들이
하나둘씩 부러지고 넘어진다
비 없이 바람이 보여주는 얼굴
바닷물 뽀얗게 포말이 되고
창문을 흔들리며 날아든 조각들이
사방을 뒤흔들며 힘자랑 한다
바람은 아무렇게나 불지만
하늘도 구름도 꿈쩍 하지 않고
땅을 붙들고 서 있는 모든 것은
겁을 먹는다
아무도 부러워하지 않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집채보다 더 큰 세찬 바람을 본다
바람이 얼마나 무섭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대는 와중에 날밤을 보내본 사람들은 그 바람의 힘에 커다란 나무가 쓰러지고 지붕이 밀감껍질처럼 벗겨져 나가고 창문이 통으로 날아가는 그 위력에 숙연해진다
잘못한 것은 없는지 아프게 한 적은 없는지 반성을 하고 또 반성을 하게 한다 지금껏 살면서 바람은 그다지 무섭지도 세지도 않아 그저 견딜만한 세기로 다가왔다가 사라지곤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바람은 자신의 막강한 힘자랑을 하듯 드센 기운을 한껏 드러낸다
바람은 얼마나 더 강할 수 있을까 태풍이 불면 초속 40M를 태풍 매미 때는 초속 60M를 달렸다고 하니 그 강도가 미루어 짐작이 간다 그 정도이면 가로수 간판이 모두 다 넘어진다 그런데 쨍쨍 맑은 날 초속 30M으로 달려오는 강풍에도 건장한 남자가 뒤뚱대고 대형입간판이 날아가는 등 손 쓸 수 없는 모습들을 보면서 눈으로도 믿기지 않는다
확 덮치고 순식간에 수십 년을 산 나무를 넘어뜨리는 바람의 엎어치기는 놀라울 따름이다 꽃잎들이 사정없이 뭉개지고 사라지는 모습에서 인정사정없는 모습들을 본다 봄바람은 동그랗고 다정하리라는 상상들을 여지없이 깨어버린다 차갑고 낯선 겨울 바람만이 무섭게도 아프게 하는 줄 알았는데, 따뜻하고 둥근 봄 바람도 힘으로 다가오면 감당이 안된다 바람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봄바람에 대한 그간 인식의 오류를 경험하며 당황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