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규

by 김지숙 작가의 집

2. 생활공동체에서 오는 사랑



대부분의 동물은 오랜 시간 살아온 생래적 습성으로 정해진 영역 안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며 살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이와 달리 터전에 대한 유연성을 가진다. 하지만 심층에는 인간 역시 안정된 삶의 터전에 대한 욕구가 있다. 이러한 근원적 삶의 행복과 위안 안식처 사랑을 제공하는 곳이 고향인 지역공동체에 해당된다.

현대인에게는 근원적인 안정감을 얻고 도덕성이 살아있고, 자연과 사람 사이에 일체감이 존재하는 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희망과 집착이 나타난다. 그것이 사람이 아닌 사물에 대한 집착을 갖는 이 욕구는 소유욕 결합욕 지배욕 종속욕 집착 등으로 결합되어 드러난다.

이 욕구는 이성의 산물이나 사회의 산물이 그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필요한 물건을 모아 두고 필요할 때를 대비하며 욕구를 증가시키고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경제적 능력으로 많은 사물을 소유하게 된다.

자연계로부터 분리된 귀속에의 욕구가 좌절되면 잃어버린 고향을 그리워하여 원래의 고향으로 돌아가려하거나 혹은 새로운 고향을 찾는 근원에의 욕구(rooted-ness)가 나타나며, 이 욕구가 실현되면 평안을 느낀다.

이 욕구는 ‘새로운 인간적 뿌리’를 가지면서 외부공간에 대한 추억을 만들게 된다. 그것은 모든 인간과 자연과의 계속적 연대의 체험으로 나타난다. 이 사랑은 공경이나 애정의 경우에 해당된다기보다는 이모저모를 깊이 생각하고 헤아려 주고 배려하는 측면을 강조하는 모(募)의 의미가 강하다.




각성바지 한 우물 먹으며 어우러져 사는 마을

까치집 짓는 것 하나만 보고도

우순풍조를 알아맞히는 순박한 사람들

아들은 붓과 벼루를 가까이 하며 활을 갖고 놀게 하고

딸을 낳으면 저고리 입히고 실패를 갖고 놀게 하니

아이들 떠드는 소리 책 읽는 소리

밤늦도록 모여 앉아 길쌈하는 소리

남정네들 새벽 일찍 들로 나가 부지런히 일하고

시화연풍의 하늘 아래 더 없는 복락으로

대대손손 이어갈 따뜻한 삶의 터전

-김석규 「터전」일부



현대인의 본질은 자신 동료 인간 자연으로부터 소외되어 있기에 분리(separation)를 극복하고 일치(union)를 이루려는 생각에 기인된다. 그런데 인간은 개성을 유지하면서 사랑을 통해 일치하기 위해서는 배려 책임 존중 지식 등과 같은 사랑의 요소를 지녀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랑은 인간 실존에서 출발한다.(E.프롬)

공동체란 일반적으로 생활공간에서 상호작용하며 유대감을 공유하는 집단으로 공동체적 사랑이란 구성원 간에 발생하는 정서 교류에서 비롯된다. 터전을 공유하는 가장 기본적 공동체는 혈연공동체로 생존과 집단의 재생산을 위한 조직단위로 지역을 근거하는 지연공동체는 협동 공감의 집단으로 전통 사회에서는 사회 경제 문화적인 삶에 있어 중요한 위치에 둔다. 그만의 고유한 특성을 지니지만 산업화와 함께 그 의미는 점점 새로운 방향의 유연한 형태로 변모한다.

시에서 ‘각성바지 한 우물 먹으며 어우러져 사는 마을’에서는 지연 공동체적 삶과 더불어 찾아오는 연민 배려 및 동질감의 사랑이 나타난다. 이는 관계에의 욕구를 드러내며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사랑과 창조적인 활동을 매개로 세계와 합일하려는데 있다. 삶의 터전이 된 땅을 생존의 기반으로 삼으며 ‘밤늦도록 모여 앉아 길쌈하는 소리’ 상호 의사소통 속에서 즐거움을 지향하는 한편, 개성을 표현하고 자아를 발견한다.

공동체적 삶의 차이 속에서도 ‘딸을 낳으면 저고리 입히고 실패를 갖고 놀게 하니/아이들 떠드는 소리 책 읽는 소리’처럼 공동체적 삶의 기쁨을 공유하는 한편, 공통된 가치관을 추구하고, 동질감을 형성하는 공동체 속에서 하나된 감정을 누린다. 개성들이 모여 공동생활을 잘 영위하고 안락하고 효율적인 공동체 의식을 갖는 질서 나눔 배려가 지지는 특성들을 지닌 사랑을 추구한다.

매거진의 이전글이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