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곤
고향은 대체로 모성과 관련된다 풍요와 본능에로의 회귀 의지를 지닌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귀소의지는 현실에 대한 불일치로서의 도피적 성향을 갖기도 한다 스스로의 삶에서 드러나는 내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고향을 향한 의지로 표현하기도 한다
하인리히는 이를 귀소본능으로 언급하고 수억년진화과정을 통해 변함없는 동물들의 원토적 본능으로 여겼다 어린시절 안락함과 고향 동네 살던 집으로 돌아가려는 욕망 따뜻한 유대감을 지니고 사랑과 위로를 나누는 고향의 의미는 누구라도 쉽게 던져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꿈에도 그리던 곳
그곳에 내 어머니 비너스가 살고 계셨다
단아한 낭자머리에
청라모시옷을 정갈하게 입었다
함께 보낸 고향 밤하늘이 눈이 부셨다
남쪽 고향 땅 비너스궁을
헤엄쳐 나오는 초록물고기를 보았다
-김일곤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일부
우리는 해 달 나무와 같은 자연물이나 생명을 지닌 그 밖의 사물에 때로는 종속되어 살아간다. 이는 우리가 이들을 지배하는 데 실패한데서 오는 심리적 반작용일 수 있다. 사물에 대한 종속욕은 사물에 특별한 힘이 있다고 믿는 토테미즘에 맞닿아 있다. 토템이란 사실 혈연관계를 의미하는 ‘오지브와족’의 단어 ‘오토테만’에서 유래했다. 이는 한 사회나 개인이 동물이나 자연물(토템)과 맺는 숭배관계 또는 친족관계를 포함하는 다양한 관계를 의미하며 원시 부족들의 공동체나 종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한 집단 구성원의 토템 신앙은 유전되고 평생 지속되는데, 그것은 토템 신앙이 그의 자녀와 혈족과의 관계를 규제하고 심지어는 출산을 위한 배우자의 선정까지도 좌우하기 때문이다. 토테미즘의 모든 기준을 이상적으로 충족시키는 사회는 없지만 많은 집단에서 토테미즘의 여러 요소들을 내포한다.
고구려의 ⌜천문도⌟ 를 계승한 조선의 ⌜천상열차분야지도⌟ 에서는 이러한 토테미즘 상징 신화체계 그리고 공간구성과 배치요소들이 동일하게 나타난다. 이미지들은 겹치고 중복되며 여러 의미가 함축적으로 사용되어 있다. 화자는 꿈에 그리던 곳을 ⌜천상열차분야지도⌟ 속에서 발견한다. 어머니와 함께 보낸 눈부신 고향의 남쪽 밤하늘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곳을 헤엄쳐 나오는 ‘초록물고기’를 상상한다. 이 ‘초록물고기’는 화자의 생각 속 사물로 누구도 쉽게 떨치지 못하는 비너스의 궁을 떠나오는 희망을 상징한다. 이 초록물고기는 사물에 대한 종속욕 가운데서 매슬로우가 말하는 소유하는 사람(having 생리적 욕구 안전에의 욕구 소속 및 사랑의 욕구자존감 욕구)과 존재하는 사람(being 인식욕구 미적 욕구 자아실현욕구 초월욕구) 중에서 후자에 해당되며, 정신적 동기부여에서 오는 ‘인식에의 욕구’가 드러나는 화자의 심리를 대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