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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수 · 조해훈 1

by 김지숙 작가의 집

강달수 · 조해훈




섬은 노래한다

얼어붙은 겨울 하늘 가장자리

별들이 고개를 내밀었다가

바람이 지나가면 사라지고

창이 세워진다.

창밖으로

또 하나의 창이 세워지고

섬은 피곤한 육신을 창가에 별 사이에 눕힌다 ’

우주로 날아가는 꿈을 꾸는 섬

꿈속에서 또 하나의 섬을 만난다

지친 파도를 안고

생명의 노래를 불러주는 섬

정작 그를 위한 노래는 없지만

이끼 낀 갯바위 같은 슬픔을 두르고

그의 노래는

수평선을 달래고 잠재운다

섬은 노래한다.

바람 부는 날

별들이 만들어 놓은 창가에서

우주 저 편에서 기다리고 있을

또 하나의 섬을 위하여

一 강달수,「섬,오륙도」 일부



등에 큰 불기둥을 업고 있다

서서히 타올라 바다를 달구다가,하늘로 올라가 세상을 비추는

갈매기도 그 앞에서 날았다. 사랑으로 싸우는

낚시꾼들을 하선시킨 배가 방파제와 오륙도를 돌아 들어온다

배의 후미에서 앞쪽으로 불이 옮겨 붙는다

배가 다시 떠난 후 출입금지가 쓰인 밧줄이 뱃머리를 막았다

횟감 파는 아줌마들의 아침인사, 갈매기의 울음,

주차관리 아저씨의 오토바이에서 들리는 뽕짝소리가

걸리는 것 없는 밧줄을 넘나들었다.

오륙도 앞에서 아침 햇살이 담기는 바다를 보는 일은 즐겁다.

일렁일 때마다 솟구쳐 오르는 햇살의 눈부심, 폐부 깊이 들어오는 짠 내음

싸우던 갈매기의 표정들이 붉어진다.

햇살 때문인가 그리움이 가득 찬 내 마음 탓인가

一 조해훈,「아침,오륙도」



진쿠퍼에 의하면 섬은 격리와 고독의 장소이자 혼돈의 바다로부터 안전한 피난처로 상반되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섬,오륙도」에 서 화자가 생각하는 ‘오륙도’는 지금 현재라는 상황이나 공간이라기보다는 환상 속에 자리 잡은 ‘섬’으로 인식된다 화자의 관념 속에서 섬은 피로한 육신 얼어붙은 겨울하늘 가장자리 지친 파도 이끼 낀 노래 수평선을 달래고 잠재우는 곳이다.

화자는 현실에서 받은 고통과 어려움을 섬에서 위로받고 있다. 지친 파도를 안아주고 위로가를 부르는 섬은 화자에게 오륙도를 매개로 피곤한 육신을 별 사이에 눕히고 우주로 날아가는 꿈을 꾼다. 현재의 삶보다는 현재를 초월하여 우주로 날아가는 꿈을 꾸고 그곳에서 또 하나의 섬을 만나는 꿈을 꾼다.

즉 우주, 상상 속의 세계에서 희망을 갖는 섬으로 수평선을 달래고 잠재우는 섬이 된다. 이 시에서 ‘오륙도’는 굳이 오륙도가 아니어도 큰 상관이 없을 수 있다. 섬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섬일 수도 있고 섬이 아닌 다른 사물이 될 수도 혹은 자연물이 될 수도 있다 그에겐 이미 외형적인 섬 ‘오륙도’ 보다는 내면에 함축된 의미를 지닌 섬을 매개로 자신의 고단함을 풀어놓고 있다.

「아침, 오륙도」에서 화자는 앞의 시와는 달리 ‘섬’ 이 생활 속으로 성큼 다가와 있다. 낚시꾼들을 하선시킨 배들이 방파제와 오륙도를 돌아오는 낚시꾼들의 모습과 배를 타기 위해 줄을 서고 차를 주차시키는 행동들은 시에 스케치되고 있다. 갈매기 울음소리 아줌마들의 아침 인사 아침 햇살 등으로 눈앞에 보이는 듯한 삶의 현장을 그대로 언어로 그려놓고 있다. 이 시에서 ‘오륙도’는 생업 현장과 관련지어져 있고 그만큼 우리의 일상에 가까이 다가와 있다.

불기둥을 업고 있는 양해는 바다를 달구고 하늘로 올라가 세상을 비추고 갈매기도 오륙도 앞바다를 사랑으로 싸우는 양 날아다닌다 화자는 눈앞에 보이는 오륙도의 모습을 언어로 스케치하여 독자의 시야에 그대로 옮겨 놓게 되고 독자 역시 그 자리에 공존한다는 느낌을 가지면서 시를 읽게 만든다. 떠오르는 바다의 일렁임 햇살의 눈부심을 바라보는 일이 화자에겐 무척이나 즐거운 정황임을 설명한다.

그리고 자신의 그리운 심정을 오륙도를 둘러싼 해 갈매기 낚시꾼 등을 통하여 그들과 함께 화자 자신도 자연스럽게 오륙도 풍경 속의 하나로 인식하게 되는 면이 긍정적으로 의미화되어 있다. 이들 시가 만나는 자연은 차이가 있다.

앞서 언급된 강시인의 시에서는 ‘오륙도’가 만족되지 못한 현실을 환상 속에서 충족시켜 가는 이상화된 섬으로 실생활과는 거리가 있는 관념적 의미로 표현되어 있다면 조 시인의 시에 나타나는 ‘오륙도’는 있는 그대로의 섬을 바라보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친근한 관계를 맺고 있는 생활 속의 공간, 생업현장과 관련지어 생각한다는 차이가 있다.

두 번째,이들의 시는 소외된 자의 삶과 만나고 있고 그들을 향해 시야가 열려 있다. 현대인의 삶은 범죄와 죄악이 가득 차 있고 고통과 분노의 감정 이 지배되는 가운데서 도무지 회생이란 불가능한 듯한 절망에 둘러싸인 채로 살아간다.

사람들은 스스로의 삶에서 오는 상처들을 치유하거나 혹은 그 상황 속의 희생양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추함과 아스팔트, 인공의 돌, 건몰, 이러한 소용돌이 속에서 사람들은 스스로를 희생시키는 고독한 존재가 되어간다. 이처럼 현대사회란 惡, 否定이 난무하는 곳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파괴되고 해체되고 소외된 공허한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러한 삶의 정점에는 정신적 이든 육체적 이든 죽음이 위치하고 있다. 마지막에 위치한 죽음은 이들 시에서는 화자 자신들을 타인의 삶 속에서 반추시켜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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