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만 소리 높여 울었다
자식 한 명 없던
곰보 할머니의 검정 고무신이
작은 기와집에 실려
정자나무 돌아 동구 밖으로 나가던 날
가늘고 질긴 목숨
살아있음을 기별하던 굴뚝]I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연기 한 줌 피어나지 않았다
작별 재촉하는
상두꾼들의 고소리에
곰보자국에 눈물이 고이고
곰보할머니가 떠난·
빈 마당
잡풀들도 고개를 떨구었다
할머니가 보이는 강진바다
파도도 손 흔들어 주고 있었다.
상여 위 연꽃처럼
노을처럼
- 강달수 「곰보할머니」
마을 사람들은 남편이 쫓아냈다고 알고 있다
하루에 됫병 소주 하나를 거덜내던 친정아버지도 돌아가시고
남동생이 집 비운 채 부산 시내에 딴 여자 얻어 살고 있는,
친정집 옆에 컨테이너 갖다놓고 산다.
쉰이 넘은 그녀는 말이 없고 사람들을 피한다.
하지만 그녀가 키우는 염소는 소리가 많아 시끄럽다
그러는 그녀는 염소를 자주 나무란다
땡볕에 재 너머 솔숲이 우거진 그녀의 텃밭으로
비쩍 마른 큰 키에 일을 하러 가는 모습을 마을 사람들은 종종 본다
숨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밤이면 불을 켜고 모서리 잠을 자는 그녀
솔숲에 스며들면 생각하기 싫은 세상이 보이지 않아 좋을 것이다.
그녀의 남편은 누구였을까?
정신과 의사들이 본다면 자폐증세라고 진단할까?
그녀으I 영혼의 집은 허술하다
비가 오면 두고 온 아이가 보고 싶어
더듬더듬 기억을 더듬는다고 한다.
一 조해훈 「경해고모」
「곰보할머니」는 자식 하나 없이 살다간 할머니의 삶을 담고 있다. 가늘고 긴 목숨을 버리고 세상을 하직한 할머니가 떠난 빈 마당에는 잡풀들만 고개 떨구고 파도만이 손 흔들어 주고 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날에는 분별없는 까치 소리는 크다. 자식 하나 없는 할머니의 시신이 떠나는 날,할머니의 굴뚝에는 연기조차 나지 않는다. 상가라고 하기에는 냉기마저 든다. 무서우리만치 외롭게 살다 가신 할머니의 시신이 거둬지는 순간들을 되짚어보면서 그간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외롭게 살다간 곰보할머니의 일생을 상여 나가는 장면 속에 소외된 자의 마지막을 응축시켜 놓고 있다.
시 「경해고모」에서는 경해 고모는 정신적인 병을 앓고 있으며 자식을 남겨두고 남편에게 쫓겨나 친정에 더부살이 한다. 사랑이 아름답기도 하지 만 때로는 무서운 파멸의 구덩이가 되기도 하다. 사람의 일생에 비하면 사랑이란 짧은 순간의 감정일 수 있다.
하지만 일단 그 사랑이 잘못된 경우 자칫 한 사람의 일생을 망칠 수도 있을 만큼 위험한 감정임에 틀림없다. 잘못된 사랑으로 인생의 전부가 잘못되어 있는 경해고모는 말이 없고 자폐증세에 대인기피증까지 걸린 듯하고 그녀가 말을 거는 상대는 오직 염소뿐이다.
무슨 일을 당했는지 모르지만 경해고모는 과거의 충격과 기억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마을사람들과 동떨어져서 홀로 외롭게 살아간다. 솔숲의 텃밭으로 일하러 가는데 이유는 그곳에 가면 생각하기 싫은 세상이 보이지 않아서 좋은 것이 아닐까 하고 화자는 생각한다. 경해고모는 정신이 황폐한 사람이고 또한 비가 오면 두고 온 아이의 기억을 더듬는 버려진 존재로서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간다.
이들 두 시에 나타나는 여자 주인공은 현대문명의 화려함에 가려지고 소외된 존재로 표현된다. 인간의 삶이 세계와 자신과의 관계를 맺어나가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인간은 자신은 물론이고 사람이 아닌 사물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와도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육체적인 죽음을 맞은 곰보할머니나 정신적인 죽음 상태에 놓여 있는 경해고모는 세상의 대부분의 것들과 원만하지 못한 채로, 작은 기와집,혹은 콘테이너 박스에서 살거나 살다 간다. 시에서 이들은 소외당한 존재로 인식된다.
흔히 소외란 사회 구조적 요인에 의해서 욕망의 추구가 억압당하거나 욕망 충족이 좌절된 상황으로 인간의 본성이 억압,파괴,상실된 상태를 말한다. 관점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외롭게 살고 있는 경해고모 와 외롭게 살다간 곰보할머니는 사람과의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에서 따뜻함이 전혀 보이지 않는 소외된 존재로 살아간다
인간의 삶이란 외부적 요인으로 갈등과 불안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여기에 내부적인 요인이 겹치게 되면 삶의 불안과 고통은 더욱 커지게 마련 이다. 이들 시는 외부적인 요인으로 혼자된 삶을 살아가는 두 여자의 삶의 모습을 유사한 시각으로 다루고 있다.
셋째,이들 시는 오염된 자연환경과 만나고 그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 물질문명의 발달로 자연환경은 오염되어 있고 인간의 내면세계 또한 황폐화되어 있다. 이에 관한 문제들이 오늘날 우리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실정에서 자연파괴, 환경오염에 관한 시적 관심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자연과의 올바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우리들 앞에 자연의 파괴현장은 무질서의 형상화 대재난의 예견 산업문명이 유발시키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되어 종말론적 세계관을 낳기에 이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