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무
태평무를 추는
여인의 도포 자락 끝에
감추어진
도도한 너의 눈빛
시 <태평무>는 한국 고전 무용 중에서 태평무를 눈앞에서 감상한 적이 있었던 일을 토대로 썼다 도도하면서도 우아한 추임새는 마치 시의 반전을 보는 느낌이었다 한때는 자신에 대한 비하감으로 힘들었던 적이 있다 내가 그렇게 모자라고 못난 존재였다는 것을 주입받은 적은 없었다 난 언제나 남들을 배려하고 폐 끼치지 않고 착하게 살려고 노력한 조금은 괜찮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스스로 여기며 살았다 그런데 어느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거기서 나는 최악의 대접을 받는 존재로 전락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계속되는 그루밍으로 나는 나 자신을 잃어가고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한없이 낮아져만 갔다
언뜻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런 내가 진정한 나의 모습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곳에는 희망이 없다는 것을 알고 한치의 미련도 없이 벗어났다 나는 도도하고 당당한 게 좋다 한동안 그러지 못했으니 남은 세월은 충분히 그래야 인생 총량의 법칙에 맞아떨어진다고 믿고 싶다
내게 시는 도도하고 우아한 그러고도 다정다감하기까지 한 마음을 소매 끝동 속에 숨긴 멋진 친구이다
그 친구처럼 나도 도도하고 다정다감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