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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교 「접시꽃」

by 김지숙 작가의 집

‘아토포스’(atopos)란 정체가 모호한 공간, 문학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공간에 들어와 문학적 공간으로 바꿔 버리거나 문학 속에 점유된 한 공간인 사회적 감각적 공간을 또 다른 사회적 감각적 삶의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문학의 ‘아토포스’로 앞서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이 공간은 공간성을 확정할 수 없는 방식으로 순간의 ‘토포스’를 생성하고 또 파괴하면서 새로운 ‘아토포스’를 형성한다.



빨강접시

양접시

분홍접시

우리집 정원에 차려진

밥상에는

먼 나라의 이야기들

오순도순

-김철교 「접시꽃」전문


일반적으로 이러한 장소는 산 하천과 같은 자연 환경적 장소와 문화시설 물리시설과 같은 사회경제 자산을 들 수 있으며 무형적 장소로는 역사시설 이벤트 축제 정체성 인지 흔적 등도 들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사물이나 개념조차도 ‘토포스’의 영역에 속할 수 있지만 본고에서는 대체로 공간 장소의 영역만을 다룬다.

위의 시에서는 ‘집’ ‘정원’ ‘밥상’과 같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장소를 만나게 된다 시의 화자는 짧은 시 속에서 많은 이야기를 담아낸다. 정원이란 모든 일체를 자연의 규칙에 복종하는 공간으로 질서를 지킨다. ‘숲’이 무의식과 개방적 성격을 띤다면 ‘정원’은 폐쇄적이고 의식적인 공간이다 집의 한 영역에 속하므로 여성적 의미를 지닌 공간이다

우리시에서 보면, 박성룡의 「정원」에서 ‘집’이라는 장소는 응결시키고 선하고 추한 것을 연결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집은 모든 것이 들어 있다는 의미에서 지혜와 전통을 담는다. 또한 꽃은 일시성 봄 아름다움의 의미를 지니며 중심을 의미하거나 영혼을 의미한다.

김광림의 시 「꽃의 문화시초」에서는 꽃은 영혼의 세계를 노래한다. 이 시에서 ‘접시꽃’은 풍요 야망 등의 의미를 지닌다. 접시꽃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화자의 시야 한층 더 넓게 열리고 더 큰 세계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먼 나라의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접시꽃’은 아토포스의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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