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지도
거기 제각각의
인생지도가 그려져 있다
세상의 어려움도
아름다운 추억도
부끄럼 없는 삶도
서로 다른 길을 내고 있다
더께더께 쌓인 꿈
일어나지 않는 행복이
새롭게 출렁이는 아침
숨결은 바깥으로 향하고
꽃송이는 피고 지고
하루하루 긴 강을 낸
삶의 지도가 거기 있다
사람마다 얼굴은 서로 다르다 요즘은 형제자매보다도 같은 성형외과를 다녀온 사람들이 더 닮은 것 같다 한 듯 안 한 듯 하지만 tv 나 영화 속 얼굴들을 잘 보면 한 사람의 얼굴에서 이 사람 저 사람 얼굴이 조금씩 섞여 보일 때면 기분이 정말 이상하고 묘하다
특별히 예쁜 얼굴도 아니고 눈에 부담스러운 미모도 아닌데 어떤 각도에서 보면 굉장히 비슷한 모습을 보면서 왠지 마음이 불편하다 미의 기준에 근접할수록 사람들의 얼굴은 더욱더 비슷하게 변해간다 아무리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노력해도 밑바탕에는 그 자연스러운 얼굴의 기준도 있나 보다
사람들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특별히 다른 얼굴로 태어나서 왜 다른 모습으로 변하고자 하는 걸까 살다 보면 그럴 수 있다 자기 얼굴을 보면서 좀 더 달라졌으면 하는 마음이 왜 없을까 그런데 그런 적응이 잘 안 되는 무수한 얼굴을 보다가 아무 손을 대지 않은 얼굴을 보게 되면 왠지 편안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늙어간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을 읽을 수 있게 되고 그 흔적 속에서 살아온 그 삶을 짐작하면서 삶의 지도가 완성되는 모습을 본다 그래서 바라보면 안심이 되고 함께 하면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얻게 된다 얼굴에 그려진 무수한 주름길이 만든 지도가 삶을 대변한다
얼굴지도를 제대로 내놓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은 읽을 수도 없고 대응하기도 버겁고 속마음을 짐작하기가 어렵다 뭘 감추는지 뭘 숨기고 내놓지 않으려는지 뭘 덮고 지우고 싶은지 자꾸 마음이 쓰인다 지도가 없이 길이 나 있지 않은 넙데데한 맹지를 돌고 도는 느낌이 든다 애초에 그게 목표였다면 성공한 셈이다 함부로 남의 얼굴을 세세하게 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