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다
둥글둥글하면
서로를 상하게 하지 않는다
맞닿는 면이 좁아
경계는 길이 되고
그 길에 바람이 불어
걸음 걸음 꽃이 피고
말마다 새가 지저귀는
둥글둥글한 마음에는
한결같은 봄날만 있다
젊고 패기만만한 시절에는 둥글둥글한 성격을 지닌 사람들을 보면 왠지 자기주장이 없는 비겁한 존재로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모난 구석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사람사이를 용케도 헤쳐나가서 상처를 덜 입고 쉽게 비켜가는 일이 허다했다
하지만 둥글지 못한 경우에는 부딪치고 상처받고 다치고 아프면서 왜 그랬는지도 모른 채 지나왔다 책상 앞에 놓인 둥근 플라스틱 용기와 사각용기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둥글게 사는 사람들은 적당한 간격으로 살짝만 부딪치며 존재하지만 사각형처럼 각진 삶을 사는 사람들은 서로 맞닿은 면이 많아 틈이 없이 오래되면 서로에게 더욱 가까워질 수도 있겠지만 아닐 경우에는 더 커다란 상처가 되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대의 도시들이 원형으로 지어진 것은 원을 가장 완벽한 형태로 여겼기 때문이다 평면상에서 두 점의 거리의 합이 일정한 점들의 집합으로 원은 이루어진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원만하다' '둥글다'는 의미는 상대와의 관계의 힘이 일정한 상태로 유지되는 가장 완벽한 상태라는 말이 되기도 한다 지나치게 가까워지기를 경계하고 지나치게 멀어지는 것도 경계하면서 나름의 힘을 조절하는 능력에서 원만함이 나온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지나치게 뜨거운 것도 차가운 것도 경계하여 적절한 온도 36.5도의 체온과 같은 따뜻한 정도를 유지하는 한결같은 봄날을 유지하며 둥글게 사는 방법이 되는 것을 알게 된다
꽃들도 살아남기 위해 원형으로 피어 서로에게 덜 닿고 덜 상하기 위해 둥글게 둥글게 살아간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살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