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 다리

by 김지숙 작가의 집

흔들 다리




아래가 훤히 뚫린

흔들 다리를 지난다

고소공포증이 있어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하고 머릿속이 하얗다


후들후들 얼마나 떨었던지

허공만 믿고 걸린 저 다리가

오늘 사람을 외롭게 한다


사내하나 다리를 흔들어 댄다

장난 삼아 흔드는 다리에

서 있는 입술이 파랗게 질려도

개의치 않는다 남이니까


아무리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어 좋겠다

흔들리며 걸어도 무섭지 않아 좋겠다

너는




요즘은 아래가 텅 빈 유리로 되어 있는 다리나 심하게 흔들리는 다리를 허공에 놓아서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사람들은 대체로 이런 것을 좋아하나 보다 내게는 높이 솟아 있는 다리가 흔들리거나 아래가 투명유리로 되어 있으면 가슴부터 쿵쾅 댄다

가급적 그런 곳은 가지 않지만 그런 다리를 지나지 않으면 목적지에 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어쩔 수 없이 티를 내지 낳고 사람들 틈에서 앞만 보며 걸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개중에는 꼭 장난기가 가득한 사람들이 있어 일부러 쿵쾅대며 걷거나 다리를 마구 흔들어 불안을 조성하는 사람도 있다

전생에 무슨 악연이기에 다리 위에서 저런 인연으로 만나나 싶기도 하여 원만스럽기까지 하다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이 다리를 흔들면 다리 수명이 단축되고 다리 위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위협적인지를 깨닫는지 즐기는지 혼자서 미소를 가득 머금고 즐거워한다

어찌 보면 판단해서는 안 되는 부류의 사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어쩔 수 없이 걷는 사람들에게는 미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참 오래된 일이 생각난다 한겨울 눈산을 걸은 적이 있다 이 역시 어쩔 수 없이 거절할 수 없는 처지에서 감행된 산행이었고 달랑 운동화만 신고 다른 장비 없이 나선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산행길을 안내하는 사람 혼자 온갖 장비를 다하고 가는 길이었다 그러 길이라면 위험한 길을 가지 않아야 하는데 발도 제대로 얹지 못하는 낭떠러지를 눈 쌓인 길을 벽을 잡고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사람들은 거절하지 못하고 그 눈길을 말없이 따라가고 있었다 난 더 이상 못 가겠다고 거절했고 욕을 얼마나 얻어먹었는지 모른다 물론 을의 입장에서 갑질하는 상대로 갑의 의지를 꺾는 사람은 없었고 모두 눈치만 보는 상황이었다

난 두려웠다 방파제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콩팥 하나를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였다 낭떠러지에 대한 트라우마가 극복되지 않은 내게 그런 산길을 목숨 내놓고 걷기가 싫었다 한마디로 개죽음을 할 수 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리가 후덜 거리고 못 간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 말을 했고 못 간다고 했다가 얻어먹은 욕이 아마도 평생을 고소공포증으로 얻은 트라우마와 서로 비등할 정도에 이르렀을 것 같다

함께 산길을 간다거나 힘들 길을 가는 것은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없는 동행자와는 결코 해서는 안된다 아마도 그런 사람들은 인생길도 자기 마음대로 자기 기분대로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 자신이 잘 한하는 것을 자랑하려고 가지 않을까 싶다

그 무엇도 함께 하기에는 정말 곤란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세상을 살다 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배려가 있는 사람 없는 사람 무관심한 사람 지나치게 알뜰살뜰한 사람 난 그래도 알뜰살뜰 챙겨주는 배려심이 강한 친구나 사람들이 좋다 최소한 죽음에 이르는 대담하고 큰 상처를 받지 않기 때문이고 살 길 살아가는 방법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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