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
자기를 알아주고
서로를 알아주는 벗이라면
그 마음 하늘을 덮고
사방천지 어둠을 밝히겠으니
온갖 고독은 나그네길 떠나리
봄바람 살랑살랑 불어대고
새들도 하나 둘 알을 깨는 봄날
집앞의 나무들은 새순을 올리고
앞산 푸른빛이 점점 짙어가는 즈음
다정한 벗하나 편한 옷 입고
먼길 단숨에 달려와 내 앞에서
그간의 이야기로 밤을 지새리
혼자서 바라보는 일출이나 일몰 어둠이나 밝음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지만 함께 바라는 세상은 언제나 조잘조잘 말로 시작된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한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는 늘 그 상태로 세월을 보내고 다시 만나도 마치 끊어졌던 드라마를 이어가듯 다시 그 정도의 친밀함으로 이어진다
비단 친구뿐 아니라 친지 가족도 마찬가지이다 헤어질 당시의 감정들이 그대로 이어진다 있는 그대로 웃을 수 있고 묶여 있을 이유도 없는 마음들이 자유롭게 헤어졌다가 어느 순간 다시 만나고 또 다시 헤어지는 편안한 마음들은 어쩌면 생의 선물들 중 하나일 것 같다
가족 친지 중에서도 수시로 '같이 밥먹자'라고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사이가 얼마나 될까 문득 전화를 걸어 이런저런 마음들과 이야기를 풀어놓고 긴긴 이야기들을 풀어놓는 사이는 몇이나 될까 그 많은 시간들을 할애하고 받아주고 소리없이 들어주는 사이는 몇이나 될까
잊었던 친구에게 걸려온 전화로 자기의 근황을 말하고 내게도 묻고 아픈데는 없는지 잘 살고 있는지 마음 상한 일은 없는지 하는 일은 잘 되는지 묻고 답하는 사이는 몇이나 되는지 그래서 서로의 삶에 관여하여 고민을 털어놓고는 서로를 성숙시키고 상처를 다독이고 위로받고 위로하는 그런 사이가 있었다면 그게 아무리 긴 세월을 함께 했든 짧은 순간이었든 상관없이 우리가 나눈 조잘거림들은 우정의 씨앗이 된다 다만 그 씨앗들이 살아가면서 마음 속에서 아름드리 나무가 되든가 새순을 올리든가 아닌가는 서로의 마음이 키워낼 일이다
살면서 가진 마음의 밭이 평수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서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알게 된다 친구의 마음을 주고 받는 것은 나이 불문 성별 불문 기간 불문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이 선을 그을 수는 없지만 평생을 서로에게 벗이 되어 주고 받는 감정을 공유한다는 것은 쉽지 않기에 정말 귀하다는 생각을 한다 내게 그런 벗이 있다는 것은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