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시의 틈과 경계 읽기

by 김지숙 작가의 집

서론



완벽할수록 틈은 찾기 어렵다 그런데 어떤 틈은 관계 속에서 유연성을 갖게 하는 매개가 되기도 한다. 이 틈은 사물의 본질을 깨닫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부족함을 공유하고 상처를 사랑으로 보듬으며 관계를 유지하는데 기여하는 한편, 완벽한 관계의 주체로 살아가기를 갈망하는 방편으로 작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완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모든 것에는 틈이 존재하지. 그래야 빛이 들어올 수 있으니까’ 라는 레너드 코헨의 노랫말처럼 그래서 만물의 틈은 긍정적인 의미로 부각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틈은 양가성을 갖는 경계의 존재에도 관여한다.

경계선상에 쉽게 자리 잡을 수 없는 틈은 캔버스에 두꺼운 유화 물감을 겹쳐 계속 덧칠하면 캔버스쪽과 허공의 양방향이 생기고 그 칠의 두께가 두꺼워질수록 겉도 속도 아닌 칙의 두께, 즉 양방향의 가운데 지점 틈이 생기는데 이 틈의 역할은 관계를 형성하게 만드는 한편 경계를 더욱 뚜렷하게 만드는 연결고리가 되기도 한다.

원불교 사전에 따르면 경계(境界)란 인과관계의 이치에 따라서 일상생활 속에서 부딪치는 모든 일들 곧 자신과 관계되는 일체의 대상을 말하는데, 이 경우 나를 주관이라고 할 때 일체의 객관이 경계가 된다. 또 불교에서는 경계를 과보에 의한 지위나 처지로 지칭한다.

하지만 수행측면에서는 반드시 지어야 할 마디로 몸과 마음에 일어나는 변화를 일컫는다. 사람의 마음이 대나무처럼 어떤 경계를 맞아 어떻게 초월하느냐에 따라서 어느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발전하고 변화된 마음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스스로 혹은 타인이 만들어 놓은 경계(境界) 속에서 깨달음 없이 순응하며 살아간다. 정해 놓은 표준과 이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일정한 기준에 의해 분간되는 한계를 스스로 규정짓는 경우도 경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삶을 살아간다는 방증이 된다 또 사람과 죽음, 지역의 구분처럼 일정한 기준에 따라 사물의 한계가 분명한 경우도 경계에 해당되지만 불교에서의 인과 이치에 다른 과보나 심리적 경계 등과 같은 모호한 경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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