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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저

by 김지숙 작가의 집
고마리2.png 고마리



수저



스치고 지나가는

한 점 시어도

맑고 가볍게 건지고




시 <수저>는 밥을 먹으면서 같은 반찬을 한 젓가락 집어 올리면서도 우리는 그냥 집지 않는다 제 입에 들어가는 크기가 맞는 것 가장 먹음직한 것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집는다

시를 쓸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하고 많은 한국말 중에서 가장 가슴에 와닿는 말들을 가져오는 행위가 바로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어 쓴 시이다 한 때는 바라보기만 해도 그곳에 시가 들어 있었던 적이 있다

하고 많은 말들 중에서 딱 그 단어이어야만 하고 딱 그 사람이어야만 하고 딱 그 길이어야만 했던 날들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오늘의 나를 내가 만들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나도 나를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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